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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다문화 교육 1번지 안산원곡초등학교

안산원곡초등교 공존교육 현장 가보니

경기도 안산원곡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부모 중 적어도 한쪽이 외국인인 학생이 237명으로 전체 재학생(407명)의 58%나 된다. 3년 전 중국에서 온 한 학생은 지난 학기 전과목 100점을 받았고, 지난해는 루마니아 출신 학생이 전교 부회장을 맡았다. 히잡을 쓰고 운동장을 달리거나 점심 때 돼지고기 대신 다른 반찬을 찾는 것은 이 학교에선 흔한 풍경이다. ‘대한민국 다문화 교육 1번지’ 안산원곡초 현장을 찾아갔다.

지난 7월 경기도 안산원곡초등학교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 안 오색다문화원예체험장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직접 키운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활짝 웃었다. 위 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유진(9·베트남)·알리야(9·콩고민주공화국)·권정(9·중국)·라미야(11·방글라데시)·류선우(9·베트남)·김다니엘(9·카자흐스탄)·이진가택(9·중국). 괄호 안은 학생들의 나이와 부모의 출신 국가다. [사진 안산원곡초등학교]

# 경기도 안산원곡초등학교 6학년 2반 이 안드레이(13)군은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 한국어를 못했던 안드레이는 전학 첫날 “끔찍스러웠다”고 한다. “(점심) 밥을 먹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집에 갈 시간이 점점 다가왔으니까”라고 소감을 썼을 정도다.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정반대다. “집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에 학교에 일찍 온다”고 했다. 간단한 한국어는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매주 화·목요일엔 학교 축구교실에 참여해 실력을 뽐내고 있다.

 # 중국에서 안산원곡초로 온 A군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A군은 이름을 밝히길 원하지 않았다). 부모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시간동안 생긴 상처가 컸기 때문이다. 중국인이었던 어머니는 A군을 중국에 두고 한국에 일을 하러 왔다. 어머니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7년 뒤에야 A군은 한국에 오게 됐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중국에서 한국어를 배워 수업을 듣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집중을 잘 하지 못했다.

 # 중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민정(12)양도 다문화 학생으로 분류된다. 김양은 안산원곡초 6학년 1반의 분위기 메이커다. 교우관계처럼 공부도 상위권이다. 다문화 학생이란 구분은 행정적인 꼬리표일 뿐이다. 민정이와 같은 반 유지민·최수진·송혜민양 등 4명은 단짝 친구다. 지민이와 수진이는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고, 혜민이는 어머니가 중국인인 다문화 학생이지만 이들은 “다 한국인인데 다문화라고 신경을 써본 적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다문화 학생 5만5767명

1 지난 5월 특별학급 온누리 1반 학생들이 세계의상 체험 수업을 받고 있다. 2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열린 운동회. 3 운동회 때 교사들은 세계의 다양한 과자를 진열해 맛보게 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4 6학년 1반 학생들이 방학 숙제로 학교 주변 다문화 음식점을 조사했다. 안산시는 안산원곡초 주변의 원곡본동 일대를 2009년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했다. [사진 안산원곡초등학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다문화 학생 5만 명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다. 반월·시화 공단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한 안산원곡초등학교는 늘어난 다문화 학생 시대를 잘 보여주는 ‘혼성 문화’의 실험장이다. 지난달 26일과 지난 4일 안산원곡초를 방문해 다문화 교육의 현장을 둘러봤다.

안산원곡초는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다. 재학생 407명 중 237명인 58%가 다문화 학생이다. 정부는 출생시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인인 경우 다문화 학생으로 분류하고 있다. 안산원곡초 다문화 학생들 부모의 출신 국가는 15개국에 달했다. 중국·우즈베키스탄·필리핀·베트남·우간다·카자흐스탄·네팔·러시아·인도네시아·일본·태국·방글라데시·파키스탄·콩고민주공화국 등이다. 중국 출신 부모를 둔 학생이 68%로 가장 많다.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 특구에 중국동포 밀집 지역이 형성됐기 때문 이다.

 태국에서 중도 입국한 코촘푸 푼와사(10)양은 올해 이 학교 3학년 1반에 배정됐다. 그는 오전 1~2교시엔 3학년 1반이 아니라 3층에 있는 온누리반으로 간다.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중도 입국해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이다. 체육·음악·미술 과목처럼 비교적 적응이 쉬운 수업은 일반 학급에서 모두가 함께 공부할 수 있지만, 국어·사회 등 비교적 어려운 수업은 온누리반 같은 특별학급 수업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다문화 학생들에겐 개별 시간표가 따로 있다. 선진국에서 이민자들을 위해 특별학급을 운영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안산원곡초는 수준·나이 등으로 분류해 한 반에 15명 내외로 총 3개의 특별학급을 운영 중이다.

 간단한 인사 정도만 가능했던 푼와사양은 한 학기를 보내고 난 지금 주말에 뭘 했는지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가 늘었다. 지난 2일 수업에서 그는 다른 학생들 앞에서 “일요일에 가족들과 갈비를 먹었어요. 한국 음식이 점점 맛있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발표했다.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 한국에 온 중도 입국 아이들이라도 1년 정도 지나면 어지간한 한국어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 오히려 모국어를 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2009년 특별학급을 처음 만들었을 땐 다문화 학생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오랜 기간 머물게 했지만 최근에는 가능하면 일찍 ‘특별학급 졸업’을 권장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일반 학급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좋은 자극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문화 부장(온누리 1반) 손소연 교사는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적응력 신장”이라고 강조했다. ‘서바이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문화 학생 부모 출신 국가 모두 15개국

 다양한 문화가 모이다 보면 곤란한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15개 문화권의 학생이 모이다 보니 우선 급식이 문제였다. 이슬람권에서 온 아이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인도권에서 온 아이들은 쇠고기를 금기시한다. 특별학급(온누리 3반) 박원진 교사는 "몇 년 전 한 파키스탄 출신 학생은 급식 시간에 돼지고기가 나오자 곤란해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대체 반찬’을 공급하고 있다. 종교적 이유가 아니더라도 몽골에서 온 학생의 경우 생선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의 역사, 애국심 등을 가르쳐야 하는 사회 시간은 교사들을 고민스럽게 한다. 정명복 교사는 “6·25 전쟁을 설명하는 시간에 중공군이 참전하는 대목이 나올 때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중국 학생들은 중국이 6·25 전쟁에 참전해 도와줬다고 배우거나 들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 교사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가르치려고 하지만 일부 학생이 상처를 받거나 민망해할까 봐 걱정이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 다문화 학생이 많다 보니 벌어지는 진풍경으로는 운동 경기도 포함된다. 중국과 한국이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할 때 전반전은 중국을 응원하고 후반전은 한국을 응원한다는 아이들도 있다.

 교과서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특히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관련 부분에서 자신들의 부모가 차별을 받는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씩 다문화 학생들과 일반 학생이 갈등을 빚을 때도 있다. 일반 학생이 다문화 학생을 놀리는 경우도 있지만 다문화 학생이 ‘나는 군대를 안 가도 된다’고 말해 사이가 나빠지는 등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길 때도 있다. 어린 학생이니까 일어나는 문제인 셈이다. 지금은 다문화 가정 아이도 군대를 간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이 늘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다 보면 국적과 출신을 떠나 곧 친해지고 분위기에도 잘 적응하곤 한다. 학생들끼리 서로 돕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다문화 학생들과 함께 배우면서 오히려 한국 학생들에게 좋은 효과도 있다고 한다. 손 교사는 “한국어를 잘 모르는 아이들과 학교 생활을 같이하면서 외국인과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배우고 또 외국어를 더 배우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곡초에선 다문화 친구들과 잘 지내자는 선거 슬로건이 붙기도 할 정도다. 5일 열린 전교 부회장 선거에 나선 한 후보의 주요 슬로건은 ‘다문화 친구들을 돕는 후보’였다.

 특별학급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조금씩 익혀나가는 예비수업이라면, 일반 학급은 정규 수업이다. 다문화 학교 1번지답게 안산원곡초의 일반 학급 풍경도 눈여겨볼 만했다.

 지난달 26일 개학식. 6학년 1반 담임이기도 한 정 교사는 일반 학교였다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을 공지사항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했다. 일부 부모들이 한국의 행정절차를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 학생들에겐 중국어·러시아어 등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된 가정통신문을 나눠줬다.

 이날 3명이 전학을 왔다. 모두 다문화 학생이었는데 한 학생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정 교사는 1반의 다른 학생들에게 “이 학생(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전학생)이 못 알아들은 말은 2반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친구에게 통역해 달라고 하고, 이 학생이 준비물을 잊지 않도록 잘 챙겨줘”라고 말했다. 정 교사는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가르친다는 게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이곳에선 익숙한 일”이라고 했다. 보드게임판 등을 공용 사물함에 두고 놀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블루마블, 젠가 같은 간단한 보드게임을 하도록 하면 학생들이 금방 친해지기 때문이다. 김민정양은 “중도 입국한 친구들을 보면 말투만 조금 이상하지 금방 익숙해지고 지내는 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놀리거나 “군대 안 간다” 말해 갈등

 올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5학년 김스타스(12)군도 한국어를 잘 몰랐던 경우다. 그는 “어려운 말은 영어를 조금 섞어서 하거나 보디랭귀지를 섞어서 이야기를 하면 정확히는 몰라도 대부분 이해될 때가 많다”고 했다. 수학은 숫자와 기호로 대략 이해를 할 수 있고, 음악도 입 모양을 보고 줄곧 따라 할 수 있다.

 매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열리는 운동회는 이 학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문화 축제의 장이다. 운동회 개회식에는 태극기와 일본, 중국, 필리핀, 러시아 등 15개 국기를 든 학생들이 운동장 가운데 정렬한다. 부모 나라의 국기를 들고 선 것이다. 다문화 학교가 아닌 곳에서 운동회 때 일부러 분위기를 내기 위한 만국기가 아니다. 이곳에선 곧바로 현실을 반영하는 만국기인 셈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4학년 다니엘(11)군은 콩고 국기를 들고 섰다고 한다. 다니엘군은 육상 대표로서 운동회 때 단연 인기 스타였다. 다니엘군은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달리기 경기에서 일부 학생들은 히잡을 쓰고 뛰기도 한다. 세계 과자들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안산원곡초는 최근 들어 다문화 학생들의 모국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시작했다. 다문화 학생들의 향후 진로를 고려한 조치다. 임영택 교장은 “학생들이 커서 회사 주재원이나 외교관이 됐을 때 언어 하나를 더 할 수 있다면 장점이 된다”며 “학교 차원에서 모국어 능력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부모와 상담할 땐 각 가정에서 모국어 쓰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 학기에 전학 온 4학년 안제냐(12)군은 구글어스를 이용해 우즈베키스탄에서 다니던 학교와 안산원곡초를 비교한 그림을 그리는 수업을 하기도 했다. 언어뿐 아니라 고국과 한국이 어떻게 다른지를 배우는 문화 수업이다. 안제냐군은 “같은 학교 친구들이 사는 집을 어떻게 찾는지를 지도를 통해 알게 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임 교장은 “다문화 학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다 보니 소문이 나서 일부러 이 학교로 오겠다는 학생들까지 생길 정도”라고 자랑했다.

 교사들은 다문화 학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선입관을 우려했다. 다문화 학생은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거나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공부를 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3학년 때 중국에서 온 6학년 1반의 B양(이름을 밝히길 원하지 않음)은 지난 학기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엔 루마니아 출신 학생이 전교 학생부회장에 당선 돼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문화권에 따라 교육에서의 강조점이 서로 다른 차이도 있다. 손 교사는 “중국은 읽고 쓰기를, 일본은 암기를 중시하는 편이고, 우즈베키스탄 등 유럽 계열은 체험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이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 학업 자체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큰 것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다문화 학생 중에는 부모의 재혼으로 인해 갑자기 한국에 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별학급(온누리 2반) 정상하 교사는 “중도 입국 학생 중엔 가뜩이나 한국도 낯선 환경인데 새로운 가족을 만나 더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상주하는 상담 교사가 있어서 다문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인실 경인교대 한국다문화교육원장은 “이제는 다문화 학생들의 약점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이들의 강점을 키우는 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상화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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