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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그렇게 옷을 잘 입는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여성대통령 시대의 달라진 풍경 중 하나가 대통령의 옷에 대한 관심과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거다. 한 지인은 말했다. “솔직히 잘 모르지만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패션에 하도 감탄을 하니 나도 덩달아 그런가 보다 한다.”

 요즘 우린 박 대통령이 매일 무슨 옷을 입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언론매체들이 실황중계하듯 알려주어서다. 이번 해외 순방에서도 우린 박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몰라도 무슨 옷을 입었는지는 안다. 러시아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바지정장이 아닌 긴 치마를 입었고, 베트남에선 금박 개나리색 치마를 입고 한복 패션쇼 런웨이를 워킹했다는 것 등 말이다. 문화외교를 했다는 기사에선 어떤 옷을 입고 갔다고만 하니 옷차림이 곧 문화외교라는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물론 박 대통령은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요즘 패션 트렌드와는 동떨어졌지만 말이다. 재킷이라기엔 길고 코트라기엔 짧은 어정쩡하게 길고 한 치수 큰 듯한 재킷과 길고 통 넓은 바지 정장, 긴 플레어스커트 치마 정장 등 디자인은 1970년대에서 온 듯하지만, 장년층일수록 원색의 화사한 색상을 입어야 한다는 패션 원칙은 잘 지킨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처럼 패션산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되거나 감각이 있는 건 아니어서 패션산업이 트렌드세터로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그에겐 어울리는 스타일이고, 대통령 옷차림이 그러면 된 거다.

 여기서 박 대통령 패션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대통령 패션 보도’에 대해 냉정하게 되돌아볼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이번 해외순방에선 대통령 옷차림 기사가 주요 지면에 들어앉았고, 한 중앙일간지는 패션전문가를 동원해 박 대통령 패션 특집을 1면부터 4개 면에 걸쳐 펼쳤다. 그동안도 언론은 옷 색깔 바뀔 때마다 의미를 짚어가며 보도 경쟁을 벌였다. 원래 여성 정치인들의 옷차림 기사는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과거 남성 영역이었던 정치무대에 들어온 여성들 자체가 눈길을 끄는 데다 똑같은 양복 차림의 남성들과는 달리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입는 여성 정치인의 경우 옷조차 신기해 보이기도 해서일 거다.

 그렇더라도 요즘 대통령 옷 얘기는 좀 과한 느낌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 패션은 알겠는데 그의 통찰력과 같은 콘텐트는 알 수가 없다. 취재 부족 때문인지 콘텐트 없음을 옷으로 가리려는 것인지 슬그머니 의심도 든다. 난무하는 대통령 패션 기사는 마치 스타의 옷차림에 열광하는 ‘팬덤 저널리즘’처럼 보여 불편하다. 개인적으론 지위 높은 사람들의 감동 없는 패션을 마치 뭐라도 있는 양 쓰는 게 얼마나 고단한 작업인지 해봐서 알기에 쓰는 기자들도 딱해 보인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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