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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종파주의의 본질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한 모임에서 ‘종파주의’를 거론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을 놓고 통진당에서 벌어지던 갈등에 대해 “종파주의 세력과의 쟁투”라고 했다.



 북한은 2010년 펴낸 ‘조선말사전’에서 종파주의를 ‘당의 통일과 단결을 와해시키며 혁명운동을 파괴하는 반당적이며 반혁명적 사상’으로, ‘종파싸움’은 ‘종파분자들끼리 서로 물고 뜯으며 권력의 자리를 탐내 벌이는 개싸움’으로 정의했다.



 이 연원은 ‘8월 종파사건’이다. 1956년 8월 29일 노동당 중앙위 회의에선 연안파였던 윤공흠 상업상이 당의 중공업 우선 정책 등에 반발했고 역시 연안파인 최창익 부수상이 가세했다. 직후 윤공흠·최창익과 함께 소련파였던 박창옥 부수상이 해임됐다. 북한 전문가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한 기고문에서 “1957년 1월부터 북한엔 이른바 ‘반종파’ 캠페인이 열풍처럼 몰아닥치기 시작했으며 숙청 작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월간 기독교사상 1996년 10월호).



 ‘뼛속까지 공산주의자’였음에도 북한에서 숙청된 인물들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남로당의 거물 박헌영은 ‘미제의 스파이’로 처형됐고, 소련에서 태어났던 허가이도 종파분자로 몰려 죽었는데 자살인지 총살인지 확실치 않은 정도다.



 북한에서 숙청의 역사가 반복됐던 이유는 간단하다. 권력은 분점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체제인 북한에서 숙청이라는 폭압적인 방식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역사를 보면 형제간에 벌어진 ‘왕자의 난’은 비일비재했고, 때론 생물학적 동일체인 아버지와 아들이 권력을 놓고 생사를 걸었다. 우리 정치에서도 1997년 대선 승리를 이끈 DJP 연합은 ‘DJ 대통령과 JP 총리’로 시작했다가 2001년 9월 공식 파기됐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도 대선 전날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을 놓고 벌어졌던 폭력 사태는 결국 통진당의 세 축이었던 민주노동당계(이정희·이석기)와 국민참여당계(유시민)·진보신당계(심상정·노회찬) 간의 당권 투쟁이었다.



 권력의 특성이 그러할진대 남한의 체제전복 세력이 원하는 방식으로 통일이 되면 이들에게 ‘사람 사는 세상’이 열릴까. 천만의 말씀이다. ‘백두의 혈통’을 주체의 뇌수(腦髓)로 떠받드는 북한이 보기에 남한의 종북주의자들은 혁명의 곁가지는커녕 혁명의 잔뿌리도 되지 못한다. 그저 혁명을 위해 한번 쓰고 마는 총알받이에 불과하다. 남한에서 태어나 미제의 물을 먹으며 태생과 인식의 한계를 지닌 남한 종북주의자들을 어찌 감히 북한의 ‘오리지널 주체’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북한이 한반도의 주인이 됐는데 남한 출신에게 권력의 한 귀퉁이를 떼어줄 이유는 없다. 이게 종파주의의 본질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저쪽을 추종하는 분이 있다면 부디 종파주의를 공부하고 미몽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채병건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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