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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의 귀환

자크 로게 IOC 위원장(오른쪽)이 9일 세르미앙 응(왼쪽) 부위원장과 레슬링의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뉴시스]
레슬링이 돌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25차 총회를 열고 2020년 여름올림픽 최종 추가 종목으로 레슬링을 선정했다. IOC 집행위원회가 지난 2월 2020년 올림픽의 25개 핵심종목에서 레슬링 퇴출을 의결한 지 7개월 만에 극적 부활한 것이다. 이날 총회에서 레슬링은 2020년 정식종목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야구-소프트볼, 스쿼시와 경합했다. 95명의 위원이 투표한 가운데 레슬링이 49표로 과반을 득표했고 야구-소프트볼은 24표, 스쿼시는 22표를 받았다.

 ◆레슬링 혁신 이끈 퇴출 카드=IOC 집행위는 위원장이 이끄는 IOC의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다. ▶여성 종목 강화 ▶체급 조정 등 IOC 측 요구를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무시하자 집행위는 지난 2월 퇴출 카드를 꺼내며 충격요법을 썼다. 일종의 괘씸죄를 물었던 셈이다. 레슬링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올림픽 역사를 상징한다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IOC로부터 받아온 1400만 달러(약 152억원)에 달하는 올림픽 수익금 역시 끊기게 됐다. 다급해진 FILA는 집행위의 퇴출 결정 나흘 만에 라파엘 마티니티 회장을 전격 경질했다. 네나드 라로비치 임시회장은 ▶여성 부회장직 신설 ▶여성 자유형 체급 4개에서 6개로 증설 ▶남자 자유형·그레코로만형 체급은 7개에서 6개로 축소 ▶박진감을 위해 세트제를 총점제로 전환 등 각종 개혁을 단행했다. 이날 총회 프레젠테이션에서 라로비치 회장은 “오늘은 레슬링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며 “집행위 결정은 레슬링을 긴 잠에서 깨게 하는 모닝콜과 같았다. 혁신의 기회를 주어 감사하다”고 몸을 한껏 낮췄다.

 ◆레슬링 복귀로 IOC도 상처=레슬링의 환골탈태를 이끌기는 했으나 IOC 집행위도 역풍을 맞았다. 지난 2월 결정은 IOC 안팎에서도 ‘지나친 독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IOC의 심장부인 집행위의 결정이 7개월 만에 IOC 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총회의 투표에서 뒤집히며 체면을 구겼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지난 5월 “FILA가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개혁 노력을 칭찬하며 퇴로를 마련했지만 집행위의 권위에는 흠집이 났다.

 8일 총회에서 투표를 앞두고 IOC 위원들은 집행위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IOC 내 상당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실력자인 쿠웨이트의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위원은 “레슬링은 올림픽의 상징”이라고 집행위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공공연히 레슬링을 치켜세웠다. 북한 장웅 위원도 “집행위에서 애초에 레슬링을 탈락시킨 이유를 명확히 밝혀 달라”고 압박했다. 집행위 소속 안젤라 루지에로 위원은 “개혁에 성공한 것을 축하한다”며 진화에 나서려 했으나 IOC 내부 분열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IOC는 한편 이날 같은 총회에서 태권도를 포함한 25개 종목을 2020, 2024년 핵심종목으로 선정하는 안을 95명 중 77명 찬성, 16명 반대, 2명 기권으로 통과시켰다. 딕 파운드 캐나다 위원은 “5개월 후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열릴 집행위에서) 다시 핵심종목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임기를 약 40시간 남겨둔 로게 위원장에게 신임 위원장에게 지휘봉을 넘기라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로게 위원장은 “이제까지 필요한 절차를 밟았고, 종목 결정 연기는 신중한 사안”이라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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