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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진보호'를 구할 마지막 길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통합진보당이 융단 폭격을 받고 있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일부 당원들은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전복하기 위해 음모를 꾸몄는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법원의 몫이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들의 시대착오적인 행동에 준엄한 훈계를 더 늘어놓는 건 부질없어 보인다. 마찬가지로 이들을 불구덩이에 던지자고 몰아가는 마녀사냥도 적절치 않다. 이제는 갈등과 충돌의 소용돌이에서 내려와 우리를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어떤 사회건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은 필수다. 이게 민주주의를 굳건히 유지하는 틀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 독주가 지속하면 부패가 싹튼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그러면 반작용으로 갈등과 충돌의 파열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는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이들의 행태만 놓고 봐도 진보의 위기는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진보=종북(從北)’이라는 주홍글씨다. 음험한 그림자가 벌써 하늘을 뒤덮을 태세다. 좌우의 균형을 맞추는 추가 꺾이면 사회는 일방통행의 폭주 기관차로 돌변할 수 있다.

그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이미 ‘위헌 정당·단체 관련 대책 특별팀’을 구성했다. 행여 종북주의의 뿌리를 뽑겠다고 진보의 싹까지 자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종북과 진보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진보의 씨가 마른다고 보수의 열매가 풍성히 맺히는 게 아니다. 진보가 뿌리 내려야 보수도 건강해진다. 진짜 진보를 살리려면 이제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들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동부연합이 주축이 된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은 진보의 강물에 오염수를 확 뿌렸다.

이들은 전쟁 시 주요 시설 장악과 무기 조달 등의 방안을 언급한 걸 ‘농담’이라고 했다. 이들의 뻔뻔함에 국민은 경악했다. 그러면 국정원 여직원이 대통령 선거 즈음에 정치적 댓글을 단 건 ‘장난’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통합진보당 일각의 이런 이율배반적 행태가 진보의 가치를 믿었던 국민의 가슴에 휑한 구멍을 뚫어 놓았다.

 당을 쪼개건 없애건 새 출발은 필수다. 법원의 판결까지 기다리면 늦다. 그 기간 동안 진보호(號)는 완전히 침몰할 수 있다. 불타는 선박에 유해 화학 물질이 가득 차 있다. 화학 물질에 불길이 닿으면 배는 폭발한다. 배를 구할 방법은 위험한 화학품을 바다로 버리는 것이다. 위기를 자초한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은 이제 무대에서 퇴장해야 한다. 불길이 번지기 전에 배에서 스스로 뛰어내리는 게 역사에 속죄하는 마지막 길이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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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