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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진짜 진보를 위한 조건, 통진당의 해산

전영기
논설위원
JTBC 뉴스9 앵커
이석기 의원에게 참을 수 없는 건 거짓말입니다. 거짓의 사람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죄의식이 없고, 수치심이 없고, 남 탓을 합니다. 이 의원이 그 특징을 갖췄습니다. 한국이 제공하는 자유란 자유, 예산이란 예산은 국회의원 자격까지 활용해 최대로 긁어 사용하면서 이 조국을 북한에 넘기려 한 것에 대해 죄의식이 없습니다. 한국 국적자이면서 평양을 조국처럼 섬기는 언행을 하고도 수치심이 없습니다. 자기가 한 일은 생각하지 않고 국정원 탓만 합니다.

 지난 4일이었죠. 이 의원은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 본회의 단상에서 신상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나는 총칼을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총기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기는 총기 금지론을 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주장이야말로 ‘이석기 거짓말’의 시작과 끝입니다. 이 의원은 문제의 5월 12일 모임을 포함한 모든 혐의에 대해 “국정원의 날조”(8월 29일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라고 큰소리 치더니 하루 만에 “강연은 했다”(8월 30일 기자회견에서)고 말을 바꿨습니다.

 -강연을 한 뒤 분반토론은 했나?

 “저는 아는 바 없다. 분반에 참여하지 않았다.”

 -강연만 했다? 강연만 하고 떠났다?

 “네.”

 과연 그럴까요. 이 의원이 강연만 하고 떠났다는 말은 거짓이었습니다.

 정부가 국회에 보낸 체포동의요청서엔 구속사유서가 첨부돼 있습니다. 국회 사이트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5월 모임 녹취록 전문이 나와 있는데 ①이석기 강연→②분반 토론→③분반 요약발표→④이석기 정리발언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이 의원은 8월 30일엔 ①번만 하고 자리를 떴다고 하더니 9월 4일 신상발언에선 ④번 순서 때 한 발언을 실토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의원이 말했다는 ‘총칼 금지론’은 어떤 의미일까요. 총칼을 금지시킨 게 아니라 총칼만으로 불충분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가방에 칼, 총 가지고 다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구속사유서 57쪽) ‘쟤들이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전국적으로 철탑 파괴 같은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자’(56쪽)는 취지였던 거죠.

 “사상전, 심리전, 정보전, 선전전, 군사전, 비정규전, 국지전, 속도전이 더 중요하며 일체감을 가지고 총공격의 명령이 떨어지면 강력한 집단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58~59쪽)는 뜻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이석기의 거짓말은 수치심을 모르는 개인 윤리의 파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의 입에선 국민, 진보, 민주주의가 떠나지 않습니다. 이석기가 실어 나르는 이런 말들에서 국민은 수치스럽고, 진보는 조롱받고, 민주주의는 허탈해집니다. 그가 한국에서 하는 거짓말은 평양에선 진실입니다.

 “한국의 국정원을 무덤에 묻고, 미국놈들과 결전을 준비하며, 혁명적 낙관주의와 전투적 기상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내 통일혁명을 성사시키고, 조선반도를 세계혁명의 중심무대에 서게 한다”(34~35쪽, 63~65쪽)는 게 평양의 진실 아니겠습니까.

 이석기는 헌법의 보호와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합법적인 정당의 옷을 갈아입고, 한국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되어 평양의 진실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이 의원의 통진당은 소수지만 강한 지지세력을 바탕으로 합법, 반합법, 불법 행동을 배합합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요소들을 진지처럼 장악하고 있습니다. 사상선전전에 집중해 한국 정신의 일부를 평양에 호응케 합니다. 통진당은 한국 민주화투쟁의 성과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석기가 누리는 자유는 자유를 파괴하는 자유입니다. 이석기의 진보는 평양에 머리 조아리는 거짓 진보입니다. 한국의 진짜 진보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괴물이 되어버린 이석기의 통진당을 해산해야겠습니다. ‘자유를 파괴할 자유는 없다’는 자연법과 헌법 8조가 해산의 법적 근거입니다. 통진당의 지배세력인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의 구성원들은 한국의 산업화, 민주화 과정의 희생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그늘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괴물의 기원을 이해한다 해서 괴물의 활동까지 용납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전영기 논설위원·JTBC 뉴스9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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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