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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 그는 현실속 선과 이상 추구한 지식인이었다

한승주 국제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많은 젊은이들이 읽고 생각할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추모집 『자유주의자의 고뇌와 소망』을 펴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생각은 이상주의적이었고, 행동은 현실주의적인 지식인이었다. 그 고민과 긴장을 말과 글을 통해 체현하신 분이다.”

 한승주(73·고려대 명예교수) 국제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지난해 7월 타계한 김경원(1936~2012) 전 사회과학원장의 생애와 사유의 궤적을 이렇게 압축했다. 9일 오후 6시30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김 전 원장의 추모집 『자유주의자의 고뇌와 소망』(국제정책연구원 펴냄, 중앙북스 발간) 봉정식 및 출판기념식을 앞두고 한승주 이사장을 지난 주말 만났다.

 - 추모집 발간을 주도하셨는데.

 “김 전 원장께서 생전에 많은 글을 쓰셨지만 글은 부분적으로만 발표됐다. 추모집은 이홍구 전 총리(중앙일보 고문) 등 지인들이 뜻을 모은 결과다. 흩어져 있던 글을 추모집으로 펴내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읽고 생각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여겼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적실성과 시의성 있는 글들이다. 가족·제자가 아니라, 그의 인간성과 사회적 기여, 지식과 사상을 이 사회에 남겨두고 싶어한 동료·지인들이 발간한 책이라 더 각별한 의미가 있다.”

 - 책에 담은 글을 어떻게 선별했나.

 “좋은 글들을 다 싣지 못해 안타까웠다. 냉전 이후 세계 체제, 한국 외교와 북한, 한·미 관계, 동서양의 자유주의 문제 등 분야별로 대표적인 글을 한두 편씩 뽑았다.”

 - 어떤 분들이 참여했나.

 “이홍구 전 총리,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러시아대사),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 현홍주 전 주미대사, 임성준 전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등이 동참했다.”

 - 김 전 원장은 어떤 분이었나.

 “이홍구 전 총리가 최근 ‘김경원의 자유주의적 현실주의’란 제목으로 중앙일보에 쓴 칼럼(8월 26일자 31면)에서 잘 표현했다. 한마디 보태자면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현실주의 속에서도 궁극적으로 선을 추구하며 이상을 지향한, 현실주의적 이상주의 지식인이었다. 실제 추모집 제목으로 쓴 ‘자유주의자의 고뇌와 소망’과 ‘자유에 대하여-마키아벨리를 중심으로’ 등 2편은 현실 참여 지식인으로서 김 전 원장의 지적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글이다.”

 실제로 ‘자유에 대하여…’는 김 전 원장이 1972년 고려대 교수시절 ‘문학과 지성’ 가을호에 발표한 글이다. 김 전 원장은 이 글에서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재검토하면서 “안정을 위하여 자유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어떠한 프로파간다(선전)에 속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유로운 사회에 있어서만이 진정한 의미의 안정과 성장이 가능함을 깨달았다”고 설파했다. 당시는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하기 직전이었다.

 ‘자유주의자의 고뇌와 소망’은 민주화가 진전된 1989년 ‘신동아’ 5월호에 게재한 글이다. 김 전 원장은 이 글에서 서구 자유주의 사상의 변화상을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자유주의자의 기본 자세와 민주적 인격의 본질을 논했다. 즉 “자유주의자는 모든 인간 지식의 상대성과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사고와 주장을 절대 허위라고 자신만만하게 단정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의 판단과 믿음을 굽히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이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외로운 소수의견을 존중하며 자신이 신봉하지 않는 종교와 정치이념, 생활양식 등에 대해 관용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423쪽의 추모집은 이처럼 내용면에선 알차고 형식면에서 이채롭다. 한 이사장이 서문을 국문과 영문으로 실었다. 한 이사장은 김 전 원장과는 시차를 두고 뉴욕대·고려대 교수, 주미대사, 서울국제포럼 회장을 역임한 각별한 인연이 있다. 김 전 원장의 생애를 소개하는 연보(年譜),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담겼다. 김 전 원장의 캐나다 요크대 재직 시절 동료이자 친구였던 폴 에번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가 쓴 ‘진실과 권력의 간극에서: 김경원’이란 글도 실렸다. 에번스 교수는 9일 출판기념식에도 참석한다.

 지난해 7월 22일 김 전 원장 타계 후 언론 등에서 고인을 추모한 글을 선별해 실었고, 김 전 원장의 논문과 기고문 등 31편을 담았다. 이 가운데 ‘반미주의, 왜 문제인가’(중앙일보 2002년 1월 21일자), ‘외교 아는 개미는 코끼리 틈에서도 산다’(동아일보 2006년 9월 18일자) 등은 제목만으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글들이다. 기자회견·좌담·강연 장면을 담은 DVD는 부록에 담았다.

◆김경원=평남 진남포 출신. 1950년 겨울에 북한을 탈출했다. 서울 법대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윌리엄스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정치 학계의 대표적 현실주의자이자 미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의 하버드대 제자였다. 그가 ‘한국의 키신저’란 별명을 얻게 된 배경 중 하나다. 고려대 교수 재직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국제정치담당 특별보좌관으로 발탁됐다.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계획에 반대했고,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 위기에 처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건의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기도 했다. 주유엔대사, 주미대사로 외교일선을 누볐다. 계간 ‘사상’ 발행인, 한국바그너협회 초대 회장 등을 지냈다.

글=장세정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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