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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의 깨달음, 기독교 영성과 통하죠

한국불교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루이스 랭커스터 명예교수(왼쪽)와 서강대 서명원 교수. “한국불교가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스스로의 가치부터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근 기자]

세계 속 한국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대중문화 위주다. 불교는 어떨까. 한국불교에 정통한 두 외국인에게 한국불교의 ‘세계화 점수’를 물었다. 미국 버클리대 루이스 랭커스터(80) 명예교수와 서강대 종교학과 서명원(60) 교수다.

 랭커스터 교수는 1979년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영문 목록을 완성했다. 대장경을 해외에 알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동아시아 불교 전문가다. 대장경세계문화축전(27일∼11월 7일)에 맞춰 한국을 찾은 그를 서 교수와 함께 만났다.

 프랑스인인 서 교수는 가톨릭 예수회 신부다. 하지만 성철 스님 연구로 파리 7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참선 수행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열린 종교인이다.

 - 한국불교만의 특징이 있나.

 ▶랭커스터= 굳이 꼽으라면 주술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점이다. 전세계 어느 불교나 샤먼적인 요소는 있다. 하지만 한국은 독특하다. 한국의 샤먼(무당)은 오히려 불교에서 더 많은 것을 가져다 쓴다. 많은 무당이 불교의 관세음보살을 섬긴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 한국불교의 핵심은 아니다. 한국불교의 힘은 세계의 불교 전통과의 공통점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서 불교를 들여와 자기 것으로 만들었지 그냥 베끼지 않았다. 이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 세계 불교와의 공통점은.

 ▶랭커스터=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삼법인(三法印), 그 해결책인 사성제(四聖蹄), 깨달음이라는 궁극의 목표, 수도원(선방) 전통 등이다. 이런 기본 요소는 다를 게 없다. 요소들의 배치와 강조점이 다를 뿐이다. 당신과 나의 DNA가 달라 서양인과 동양인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같은 인간인 것처럼 말이다.

 ▶서명원=한국불교의 특징 중 하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점이다. 태국·일본 등 다른 나라는 자신들의 불교의 특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조선시대 600년간 억압을 받아 산중에 자리잡은 산악 불교, 도시에서 세가 강한 기독교와 공존해야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나는 한국불교의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수행)에서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길을 발견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 말이다. 그전까지 나는 말, 언어에 매인 사람이었다. 불교를 접한 후 새로운 기독교 영성에 눈을 떴다.

 - 새로운 기독교 영성이란.

 ▶서명원=불교의 깨달음은 기독교에는 없는 개념이다. 하지만 불교를 접한 후 예수가 깨달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처가 깨닫고 나서 49일 후부터 불법을 전한 거나, 예수가 성령 체험(깨달음) 후 광야에서 40일을 보낸 뒤 기독교 전파를 시작한 거나 둘 사이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예수가 어떤 분이지 또렷하게 인식하게 되는 체험이 결국 깨달음 아니겠나.

 - 간화선 은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지 않나.

 ▶랭커스터=중국의 불교 신자는 3억 명이라고 한다. 다른 모든 나라의 불교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의 ‘찬(禪)’ 수행법은 한국과 비슷하다. 이들이 깨어나고 있다. 한국불교에도 영향을 미칠 거다. 불교도 중국의 시대로 가고 있다.

 - 한국불교를 알릴 방법은.

 ▶서명원=강의하거나 강론을 할 때 한국인 특유의 사고방식, 감수성, 역사 등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얘기만 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다. 서양에 한국불교를 더 알리고 싶다면 서양인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다. 한국 여신도들에게 하는 식으로 파리에 가서 불교 얘기하면 통하지 않는다.

 ▶랭커스터=1970년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불교라고 할 만한 게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선방에서는 세계 어디에서도 접하지 못한 높은 수준의 수행 전통이 살아 있었다. 그때 나는 어떻게든 한국불교를 소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문제는 한국인 스스로 한국불교의 가치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대만의 불광선사는 전세계에 200여 사찰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 LA의 한인사회는 기독교 위주다. 한국인 스스로 자기가 갖고 있는 귀한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서명원=내가 한국불교를 좋아하는 이유는 몇몇 헌신적인 수행자들 때문이다. 그런 수행자를 찾는 사람들이 늘수록 한국불교가 더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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