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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 중국 태자당 검은 공생 20년 … 뒤늦게 칼 빼든 미국

미국 월가(街)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낙하산 인사’ 스캔들에 휘말렸다. 중국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나 고위 공직자 자제)들에 대한 특혜 채용 관행을 미 금융당국이 정식으로 조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1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은행 JP모건의 부당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한 이후 미국 주요 언론들은 잇따라 태자당 채용 실태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간 미 금융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관행이 새롭게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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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들에 따르면 JP모건은 2010년 중국 광다(光大)그룹 탕솽닝(唐雙寧) 회장의 아들 탕샤오닝(唐小寧)을 홍콩사무소에 채용했다. 이듬해 그룹 산하 광다은행이 상장을 추진할 때 JP모건은 주간사로 선정돼 수억 달러로 추정되는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중국 고속철의 대부’로 불리는 장수광(張曙光) 전 중국 철도부 운수국장의 딸 장시시(張曦曦)는 국유기업인 중국중철(中國中鐵)이 2007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무렵 JP모건에 입사했다. 이후 JP모건은 주간사로 선정됐다. 두 사람은 현재 모두 퇴사한 상태다.

 SEC와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같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국외 부패 행위에 관한 법률(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이 법은 그간 주로 외국 관리들에 대한 뇌물공여에 제한 적용돼 왔다. 이번 사안은 채용의 부적절성과 대가성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NYT는 “그동안 자사 이익을 위해 거리낌없이 행해지던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을 심판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거리”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다른 투자은행들은 자사의 채용 사례들이 대가성이 없었다는 것을 당국에 설명하기 위해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태자당의 미국 금융계 진출은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으로 문화대혁명이 끝난 직후 시작됐다.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며느리 마거릿 런(중국명 런커잉·任克英)은 그 1세대에 해당한다. 78년 부부가 함께 도미, 프린스턴대를 거쳐 베어스턴스에 입사했고, 씨티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메릴린치의 중국 본토 공략 전략에 따라 메릴린치 중국부문 회장에 임명됐다.

 중국 거대 국유기업이 뉴욕·홍콩 등지에서 IPO를 시작하던 2000년대 이후 태자당의 금융계 진출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상장 러시를 이루던 2005~2008년 무렵엔 더 막강한 유력인사들의 자제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학을 갓 졸업한 태자당에 대한 입도선매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투자은행들에 중국 거대 국유기업들과의 관시(關係·친분)는 업계 세력판도를 뒤엎을 막강한 힘으로 작용한다. 주간사로 선정되면 상장으로부터 얻는 이익의 10% 정도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증자, 인수합병, 새 사업부문 진출 등 사안이 생길 때마다 자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이런 이유로 채용을 통해 중국의 공룡기업들과 친밀한 관계를 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2006년 우방궈(吳邦國) 당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사위 펑사오둥(馮紹凍)을 영입, 220억 달러 규모의 공상(工商)은행 IPO 주간사로 선정됐다. 골드먼삭스도 왕치산(王岐山) 현 중앙기율위 서기의 인척인 훙닝(洪寧)을 영입해 2010년 농업(農業)은행의 홍콩·상하이 동시 IPO를 따냈다.

 태자당들에도 금융업은 매력적이다. 만다린 캐피털 파트너 창업자 알베르토 포르키엘리는 “관얼다이(官二代·고위 관리의 2세)들이 의학이나 건축보다 경영학을 배워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서 일하려는 건 매우 보편화된 현상”이라며 “금융계 진출은 출세했다는 인정과 큰 이익을 보장받기 때문”이라고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은 불과 27세에 투자회사 보위(博裕)의 공동출자자로 참여해 올해 안에 15억 달러의 자금을 모을 계획이라고 보쉰(博迅)이 전했다. 홍콩 최고 재벌인 리카싱(李嘉誠) 등은 그의 든든한 배경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 왕전(王震)·장쩌민·리펑(李鵬)·쩡칭훙(曾慶紅)·저우융캉(周永康) 등 전직 국가급 지도자의 자손들도 금융계 큰손으로 불린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04년 리루이환(李瑞環) 전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아들 리전즈(李振智)를 연봉 1000만 달러에 스카우트했다. 그는 당시 메릴린치에서 1년 일한 경력이 전부였다.

 하지만 미·중 간 경쟁과 대립이 심화되면서 미국 내에선 낙하산 채용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미국 법률회사 존스데이의 파트너인 존 버트릴은 “2010년 이후 부쩍 커진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이번 조사의 배경”이라며 “SEC는 미국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국 정부·기업과 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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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