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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행원 꿈인 사람, 지원 마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6일 서울대 멀티미디어동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서 ‘우리의 꿈’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주식을 언제 삽니까? 쌀 때 사야죠.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남들 안 뽑을 때 뽑아야 인재를 뽑을 수 있습니다. 투자랑 똑같습니다. 불황 때 움츠리면 호황이 와도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지난 6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 직접 회사 소개와 질의응답을 하고 나온 김남구(50)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김재철(78)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투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런 그가 11년째 직접 챙기는 유일한 행사가 채용설명회다. 2003~2004년엔 동원증권 설명회, 한투를 인수해 동원과 합친 2005년부터는 한투증권 설명회에 개근을 해 왔다.

"남들 안 뽑을 때 뽑아야 인재 와”

 연례 행사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예전과 또 다르다. 중소형 사건, 대형 사건 가릴 것 없이 실적이 악화되면서 증권업계 채용이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투자증권만 “세 자릿수대 규모로 뽑겠다”며 3일부터 서울시내 8개 대학을 돌며 채용설명회를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5대 대형 증권사 중 우리만 유일하게 대기업 혹은 금융지주 계열이 아니다. 남들 뽑을 때 뽑으면 인재는 경쟁사에 가지 우리한테 안 온다”고 말했다.

증권계 채용 한파 속 한투만 늘려

 그는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8년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태평양 사업부문을 사들인 일본 노무라그룹 얘기를 꺼냈다. 일본 국내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 속에 있었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마저 냉각기로 접어든 때였다. 김 부회장은 “한투금융지주 역시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M&A)에 언제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뒤에서 바람 불 때 맞바람을 대비하고 맞바람 불 때 뒤에서 부는 바람을 생각한다’이다.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채용설명회를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건 실적의 뒷받침 덕분이다. 한투증권의 2013회계연도 1분기(올 4~6월) 실적은 5대 대형 증권사 중 단연 눈에 띄었다. 우리투자·삼성·현대·KDB대우증권은 영업이익에서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100% 가까운 역성장을 한 반면, 한투증권은 5%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김 부회장은 “증권업계는 남다른 아이디어로 히트 상품을 내놓아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이 주말도 없이 열심히 일한 게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자본도, 인력도, 브랜드도 없는 우리가 대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인재에 있기 때문에 남들이 구조조정할 때 채용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회사는 일이 많다”

 이날 채용설명회는 안철수 의원이 유행시킨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이 질문하면 김 부회장이 직접 답했다. 학생들의 질문은 날카로웠고 김 부회장의 답변은 거침 없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공무원이 꿈인 사람, 은행에 가고 싶은 사람은 지원하지 말라. 우리 회사는 일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학생이 “지점의 소매 영업(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게 국내 증권사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물었다. 김 부회장은 “한투증권은 여타 증권사보다 그 비중이 낮음에도 35~40% 정도다. 하지만 브로커리지 영업을 줄일 생각은 없다. 다른 부문의 수익을 늘려야 한다. 수익의 다각화다. 해외 진출 역시 그중 하나”라고 답했다.

"맥쿼리 글로벌 부동산 투자가 우리 모델"

다른 학생이 “구체적인 글로벌 사업 전략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는 “한투증권은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해 2010년 현지 EPS증권사를 인수했다. 왜 중국이 아니라 베트남일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들 왜 중국에 가지 않느냐고 하는데 중국엔 이미 메릴린치·골드먼삭스·UBS 같은 세계 톱 금융사들이 진출해 있다. 인구 8000만 명 규모의 베트남은 성장할 여지는 충분하고 미국 금융사들이 아직 눈길을 주지 않는 시장”이란 부연 설명도 했다. 그는 “상품 전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하는 걸 특화할 거다. 부동산 상품이 발달한 우리에겐 부동산으로 세계를 누비는 맥쿼리가 좋은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금요일 늦은 오후였지만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질문이 이어졌다. 한 학생이 “채용과 입사는 회사와 지원자 모두에게 평생의 동반자를 찾는 결혼과 같다고 했는데, 경영자로서 비전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부회장의 대답은 준비돼 있었다. “얼마 전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불이 나자 세계 반도체 가격이 20% 가까이 급등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라는 방증이다. 향후 제조업의 역할을 금융이 해야 한다. 그게 내 꿈이다. 2020년까지 시총 20조원 규모의 아시아 최고 금융회사를 만드는 일 말이다. 바로 여러분이 그 일을 하게 될 거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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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