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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산책길

애국가 3절이 딱 어울리게 ‘가을 하늘 공활(空豁)’했던 지난 주말,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집사람과 아침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보통 한강 둔치로 나가 다리 2개 사이 정도를 빨리 걸어 왕복하곤 했는데, 집사람이 새로운 코스를 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동네에서 33년째 살고 있는 저이기에 내심 코웃음을 쳤죠. ‘우리 동네에서 내가 모르는 길이 어디 있다고’.

그런데 있었습니다. 바로 길 하나만 건너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더라고요. 비록 높지 않은 야산이지만 호젓한 오솔길 등산로가 있고, 조금 올라가니 제법 가파른 계단도 나오고, 다시 옆 동네로 구름다리가 이어지고, 다리 저편에는 잘 가꿔놓은 공원까지-. 왜 이제까지 여길 몰랐나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코스였습니다.

올라가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니 산책로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이 곳곳에서 읽혔습니다. 시듦병을 막기 위해 참나무마다 온통 연두색 테이프를 칭칭 둘러놓았는가 하면(이렇게 해놓으니 끈끈해서 벌레가 나무 위로 못 올라가더라고요) 나무를 기증한 주민과 기업의 이름을 눈에 잘 띄게 세워 놓아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가던 제 발걸음이 잠깐 멈췄습니다. 오솔길 한가운데 서 있는 한 그루 나무 때문이었습니다. 등산로를 만들면서 거치적거린다고 확 베어버렸을 법도 하건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나무를 그대로 놔두고 길을 만든 누군가가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그 나무를 그냥 꼭 안아주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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