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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시리아에 MD 제공할 수도" … 손님 오바마에 강펀치

5일(현지시간) G20 회의장인 콘스탄니노프스키궁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마중 나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 정상의 어색한 관계가 시리아 사태 때문에 더욱 악화되고 있다. 5~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엮어내는 불협화음으로 개막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G20 정상회의 초반부터 으르렁

푸틴 대통령은 4일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의 승인 없이 시리아에 대해 독자적인 군사공격을 할 경우 시리아 정부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제공하겠다고 주장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시리아 반군 중 (알카에다와 연관된) 과격세력은 10~15%에 불과하다”고 답변한 것도 문제 삼았다. 푸틴 대통령은 “케리 장관은 거짓말쟁이”라며 “알카에다가 반군과 연합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격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했다. 헤이글 장관은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에 화학무기를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 국방부 측은 “재래식 무기를 언급한 것”이라고 톤을 낮췄다.



“케리는 거짓말쟁이” 전방위 공세



 두 사람의 소원한 관계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더욱 냉랭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러시아가 미 정보당국의 비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에 대해 망명을 허용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러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의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들과 만나는 일정을 마련했다. 지난 6월 동성애와 관련한 선전을 금지하도록 하는 ‘동성애 혐오법’을 만든 푸틴 대통령으로선 불쾌감을 느낄 법하다.



 푸틴 대통령은 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를 기쁘게 하기 위해 대통령에 선출된 건 아니다”라며 “러시아 국민도 그런 이유로 나를 뽑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놓고 논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안보리에서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반대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교실 뒤에 앉아 (수업에) 싫증 내는 어린애 같다”고 말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이런 관계를 놓고 ‘냉전시대에 버금가는 불편한 관계’라고 표현했다.



시진핑과 함께 반미라인 구축도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멀어지는 사이를 틈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반미국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낮 12시(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 가운데 맨 처음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열고 시리아 문제 등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3월 시 주석 취임 이후 세 번째다. 오는 13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한 차례 더 만남이 예정돼 있다. 양국 정상이 6개월 동안 네 번 만나는 것은 양국 외교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빈번한 정상회담을 통해 중·러 양국은 역대 최고 수준의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3월 러시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방위 전략적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그 바탕에는 두 나라가 연대해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통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했고 시 주석 역시 취임 후 첫 순방지로 러시아를 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견제하거나 서방국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헤이글 “화학무기 러시아서 제공”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시리아 공격에 신중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시리아 사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30일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유엔 조사가 끝나기 전 미국 등의 군사 개입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건 양국이 수출한 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시리아는 JYJ-1 3D 원거리 감시 레이더, JY-27 VHF(초단파) 원거리 감시 레이더, 120형 2D 저공목표 레이더 등을 군에 배치하고 있다. 모두 중국에서 수입한 무기다. 러시아도 시리아에 S-300 미사일 시스템 등을 제공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시리아 방공 시스템이 제대로 막기 어려울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무기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워싱턴=최형규·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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