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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 39초 … 몽환적인 영상에 홀렸다

“독일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는 아이들 100여 명이 갑자기 사라진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고 해요. 대체 무엇이 아이들을 홀리게 한 걸까요.” 올해로 35회를 맞는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박지혜(32)씨의 영상은 “홀림이라는 감정을 시각화하겠다”는 야심에서 출발했다. [사진가 박홍순]


어두운 방 안에 크고 작은 두 개의 영상이 나온다. 앞에는 피리 부는 남자, 뒤에는 솜털 보송보송한 세 소녀다. 남자의 피리소리가 몽환적으로 이어지고, 카메라는 소녀들의 얼굴을 훑어 나간다. 멍한 눈망울, 흰 레이스 원피스가 어딘가 위험해 보인다.

제35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박지혜씨의 '라비린토스'
'피리 부는 사나이' 동화서 모티브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전시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독일 동화에서 따온 모티브다. 연약하고 상처 입기 쉬워 보이는 저 소녀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7분 39초 동안 음악과 함께 이어지는 섬세한 영상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해 중앙미술대전이 뽑은 한국미술의 새 주인공 박지혜(32·런던 골드스미스대 석사졸업)씨의 ‘라비린토스(Labyrinthos)’다. 그리스어로 ‘미궁’을 뜻한다.



박지혜
박씨는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열린 제35회 중앙미술대전 개막·시상식에서 대상(상금 1000만원)을 수상했다.



“홀림을 시각화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시도는 일단 성공한 듯하다. 심사위원들의 홀림을 이끌어냈으니.



 그가 성장한 키워드 또한 ‘홀림’일 터다. 브릿팝(Brit-Pop)에 열광하며 CD를 모으던 부산의 소녀가 여고 졸업 후 미술을 하겠다며 영국으로 떠난 것도, 석사 과정을 마치기까지 11년을 런던에서 혼자 지내며 어른이 된 것도, 이 홀림 때문이었다. “자기가 표현코자 하는 걸 구현해 내는 게 일이라니, 작가만큼 멋진 직업도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직접 화면에 등장해 자기가 느꼈던 매혹·사랑·관계 등을 구현했던 젊은 작가는 이제 카메라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작곡가·촬영감독·아역배우 등 18명이 바글거리는 작업실에서 협업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를 전시장 검은 방에 깔끔하게 구현했다.



 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예술가의 작업이 어떻게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는 고민 중에 동화에 주목했다. “동화에서는 그냥 ‘소녀’라고 하면 다들 더 이상 묻지 않고 수긍하니까요. 그리고 세상이 행복으로 충만한 것도 아닌데 왜 동화는 늘 행복하게 끝나는 걸까, 관계란 것도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복잡한 함의를 띠는데 이야기 속에서는 왜 저렇게 단순화될까 궁금했습니다.”



 작품은 설명을 더하지도, 오늘날의 미술이 그러하듯 부러 위악을 떨거나 잔혹하지도 않다. “감정을 영상으로 그려내고자 했다”는 이 신진 작가는 “장르에 메이지 않고, 녹슬지 않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다음달에는 서울 대치동 송은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연다.



 ◆어떻게 뽑았나=중앙일보·JTBC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후원하는 중앙미술대전에는 올 초 293명이 응모했다. 포트폴리오 심사를 통해 20명을 선발했고, 이들의 프리젠테이션으로 10명의 선정작가를 뽑았다.



 선정작가들이 지난 6개월간 만든 신작으로 전시를 열었다. 김노암·이준·정현·호경윤 씨 등 심사위원 4명이 전시장에서 직접 보며 토론을 거쳐 최종 수상자를 뽑았다.



 대상은 박지혜씨, 우수상(상금 500만원)은 나무와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 움직이는 조각 ‘언제나 피곤은 꿈과 함께’를 출품한 양정욱씨(31·경원대 조소과 졸업)에게 돌아갔다.



운영위원 겸 심사위원인 삼성미술관 리움의 이준 부관장은 “중앙미술대전은 35년간 이어지며 미술계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30대 1의 높은 경쟁을 물리친 올해 선정작가들의 성장에 뒷받침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15일까지 열린다. 중앙미술대전(fineart.joins.com)은 1978년 관 주도 공모전의 경직성에 맞서 시작됐다. 박대성(2회 대상)·김선두(7회)·최정화(10회)·이강욱(24회)·신기운(29회)씨 등 한국 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이루는 많은 이들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입장료 성인 3000원, 초·중·고 2000원. 02-2031-841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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