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스타K’ ‘K팝스타’ 같은 오디션에선 탈락해도 ‘내년에 다시 도전하면 되지’란 희망이 있었다. 반면 WIN의 두 팀은 “지는 팀은 루저(패자)라 낙인 찍힐 것이다. 지면 끝”이라며 배수진을 친다. 양현석 사장은 “YG는 4년마다 그룹을 데뷔시킨다”고 못 박는다. 빅뱅이 약 8년 전, 2NE1이 4년 전 데뷔했다.
이번에 승자가 되지 못하면 4년을 기다려야 한다. 4년 뒤라고 데뷔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B팀조차 목숨 걸고 나설 수밖에 없다. A팀엔 ‘슈퍼스타K’ 출신 강승윤, ‘K팝스타’ 출신 이승훈도 포함됐다. 서바이벌을 통과한 이들은 연습생 시절을 거쳐 또 다시 서바이벌 무대로 내몰렸다.

양 사장은 “군대 갈래, 무대 설래”라며 몰아붙인다. 또 눈물바다다. “잔인한데 재미있을 것 같다”던 싸이의 기대처럼 보는 이의 마음은 한없이 불편해진다. 물론 진 팀이라 해도 방송이란 프레임 밖으로 나가면 루저는 아닐 것이다. 빅뱅의 선발 과정을 그린 ‘리얼다큐 빅뱅’에서 탈락한 장현승은 2009년 그룹 비스트로 데뷔했다.
WIN의 출연자 역시 방송 2회 만에 적잖은 팬을 모으고 있다. 어설픈 기획사에서 데뷔하는 것보다 YG의 서바이벌에 출연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프레임 안은 기성세대가 젊은이의 꿈을 볼모 삼는 무한 잔혹극일 뿐이다. 게다가 시청자더러 선택을 하라며 칼자루를 쥐여준다. 무섭고도 씁쓸하다.
이경희 문화부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