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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국민소득 2.9% 증가, 4년 만에 최고 … 모처럼 경기회복 신호

한국 경제가 모처럼 실물과 증시 양 부문에서 동시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62포인트(0.96%) 오른 1951.65에 마감하며 64일 만에 1950선에 안착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3500억원을 순매수하며 10일째 사자세를 이어갔다. [뉴시스]


모처럼 한국 경제에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우려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줄줄이 급락하는 와중에 원화가치만은 독야청청 상승세다. 이번 주 들어 달러당 1100원 선을 뚫더니 5일에는 1098.4원으로 마감됐다. 6월 말과 비교해 6% 가까이 절상됐다. 신흥국에서 돈을 빼는 외국인들도 국내 증시에서만은 10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5일 코스피 지수를 1951까지 끌어올렸다. 5일 새벽 외국환평형채권이 사상 최저 금리로 발행된 것을 축하하듯 이날 나온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긍정적 지표 쏟아지는데 ? 한국 경제, 침체 벗어나나
단기외채 적어 우량국 평가 외평채 금리도 1.15% 최저
외국인 10일째 '바이 코리아' 코스피 64일 만에 1950 회복
엔화, 달러당 100엔대 재진입 … 유가 등 대외 악재 만만찮아



 하지만 이를 본격적인 경기 회복으로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감경기가 여전히 바닥권인 데다 부동산 경기는 거래 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지표가 훈풍이라지만 가계엔 여전히 냉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5일 새벽 10억 달러 규모의 미국달러화 표시 외평채(10년 만기)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조건도 좋다. 발행금리가 4.023%, 표면금리(이자지급 시점에 채권 보유자에게 실제 지급하는 금리)는 3.875%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가산금리는 미국국채 10년물 대비 1.35%포인트였지만 실제론 이보다 낮은 1.15%포인트로 발행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표면금리가 3%대로 내려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발행된 외평채는 7.26%로 발행됐었다. 윤태식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무디스 기준으로 우리와 신용등급이 같은(Aa3) 칠레 국채가 우리보다 가산금리가 0.17%포인트 높다”며 “이번 외평채 발행 조건은 한국 경제에 대한 높은 신뢰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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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들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의 견고한 경상수지 흑자 구조와 양호한 재정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2016년 주요 신흥국의 재정 및 경상수지 전망’을 내놓으며 한국을 ‘최우량’ 국가로 꼽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흑자가 모두 2%를 넘은 유일한 신흥국이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낮은 단기 외채 비중 등이 부각되며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시각 변화는 국내 증시 흐름도 바꾸고 있다. 뱅가드펀드의 한국물 청산 영향으로 연초 이후 7월 10일까지 10조7600억원을 팔아치웠던 외국인들은 바로 다음날인 7월 11일부터 순매수로 전환했다. 5일까지 5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외국인들의 공매도 표적이 됐던 삼성전자는 두 달여 동안 외국인들이 1조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주가가 136만원대로 올랐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S&P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에다 원화 강세에 베팅한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최근 외국인들의 매수 타깃이 중소형주나 경기방어주보다는 대형주와 경기민감주에 집중되고 있는 건 한국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실질GNI 증가율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했다. 전 분기 대비 2.9% 증가는 금융위기 이후 기저효과가 작용했던 2009년 2분기(4.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실질GNI는 한국 국민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GNI가 호조를 보인 것은 주로 교역조건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정영택 경제통계국장은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안정된 반면, 우리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휴대전화 등의 가격은 강세를 보인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KDI는 5일 발간한 ‘9월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는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하지만 향후 완만한 경기개선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달에 KDI는 “일부 지표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라고 진단했었다. 문구의 위치가 바뀌었지만 강조점이 달라졌다. KDI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고 있으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월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경기 회복을 전망하는 근거로 꼽았다.



 문제는 지표 호조가 체감될 수 있느냐다. 내수 부진, 특히 소비심리 위축이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부문장은 “올 하반기 투자는 다소 늘 것으로 보이지만 만성화되고 있는 소비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높은 가계부채와 고령층의 소비 성향 저하, 취업자 수 증가 둔화, 시중 금리 인상은 내수경기 회복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이 고용이나 내수로 연결되는 효과가 약해지고 있고, 정부가 하반기에 쓸 수 있는 돈도 상반기보다 훨씬 적다.



 엔저도 심상찮다. 지난달 달러당 96~98엔대를 기록했던 엔화는 최근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5일 오후 4시 30분 100엔대가 붕괴됐다. 지난 7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외환선물 김문일 연구원은 “시리아 사태가 다소 주춤하고, 일본 정부가 예정대로 내년 4월 소비세를 인상하면 아베노믹스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면서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크아메리카는 지난달 30일 향후 3개월 엔화가치 전망치를 103엔에서 105엔으로 올리며 엔화의 추가 약세를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한국의 대(對)일본 수출이 10% 이상 감소하는 등 엔저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단기적인 영향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엔저에 기반한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한국 경제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웅크리고 있는 대외 악재도 여차하면 튀어나올 기세다. 시장에서 돌고 있는 9월 위기설의 진앙지 후보는 무려 6곳이다. 유가를 자극할 수 있는 중동 불안이 이어지고 있고, 당장 다음 주 추석 연휴에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또 한번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이달이 시한인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과 독일 총선 등 유럽의 정치적 불안도 숨은 변수다. 다음 달 발표될 중국의 3분기 GDP는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조성되는 외국환평형기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표시되는 화폐에 따라 원화와 외화 두 가지 형태

로 나뉜다. 원화 가치가 오를 때(환율하락)는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해 원화를 확보해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원화 가치를 안정시킨다. 반대로 외화 표시 외평채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행된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물채권의 기준금리 역할을 해 국가 신용도를 측정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윤창희·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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