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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욕설은 아무리 치장해도 문화가 아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남의 결점을 빗대어 공격하고, 헐뜯고, 조소하는 것. 이를 직설적으로 말하면 욕이고, 문화적 용어로는 풍자(諷刺)라고 한다. 풍자는 문학과 예술 등 모든 문화행위의 본류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에 따르면, 풍자는 존재적 삶의 현실과 역사의 어두운 면에 대해 의미 깊은 말을 하려는 것으로 모든 예술과 지적 활동의 본질이다. 『시경(詩經)』에서는 풍자에 대해 ‘이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고 했다.



 세상엔 욕할 거리가 널려 있다. 매일 싸움박질하는 정치현실과 부조리한 관행들은 끝없이 재생산되고, 인간들은 스스로 악행과 폐단을 중단 없이 저지르며, 우열을 가르고 허위의식에 찌든 사람들이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현실에서 웬만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고만 있어도 욕 나오는 현장들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어두운 현실에 의미 있는 비판정신을 담고, 촌철살인의 기지 넘치는 문화행위로 바꾸어,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게 한다면 우리는 매일 풍자의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다. 한데 요즘 넘치는 건 그저 욕설이다. 우리가 문명과 야만의 차이를 단순하게는 옷을 입었는지 입지 않았는지로 구분하듯 풍자는 지성의 옷을 입었기에 문화활동인 데 비해 날것으로 내뱉는 욕설은 야만의 행위일 뿐이다.



 한데 요즘은 희한한 장르가 등장했다. 문화행위의 탈을 쓴 욕설.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힙합 디스전’이 대중문화계 지축을 흔들 만큼 난리가 났을 때도 그럴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뉴욕 할렘가에서 출발한 힙합이라는 장르가 원래 거칠고 자유분방한 데다 ‘디스(diss·상대를 헐뜯고 조롱함)’는 힙합의 전형적 표현양식 중 하나이기도 해서다. 문제는 디스전이 가열되면서 나타난 내용의 저열성이다. 참가하는 래퍼들은 전 소속사의 치부와 돈 문제에 얽힌 개인적인 원한을 귀를 씻고 싶게 만드는 원색적이고 직설적인 욕설과 독기로 폭로하는 양상으로 치달았다. 지금 디스전은 한풀 꺾였고, 비판도 일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욕설의 여운은 길게 남아 온갖 패러디로 분화하는 중이다.



 이번 디스전은 힙합계 입장에서 보면 우리 대중문화계에선 비주류였던 힙합 장르를 대중의 관심권 안으로 확 띄운 공로도 있다. 그러나 음악이라는 문화행위를 앞세워 풍자가 아닌 야만과 욕설로 뭉갠 것은 상처로 남을 거다. 또 욕설 광고와 욕설 개그까지 나오는 판국에 욕설이 문화인 양 들어앉을까 걱정이다. 욕설의 난무는 소통이 단절되고 인간관계가 허물어졌음을 증명한다. 욕설은 어떤 경우라도 언어폭력이다. 욕하고 싶은 상황이라도 비판적이고 지적으로 풍자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문화인이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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