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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내려던 1억 성금 취소하겠다"

건축 계통의 회사 임원 A씨(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교회 십일조·특별헌금, 사회복지단체 후원금으로 3600만원가량을 기부했다. 그의 연봉은 3억원 정도. 그런데 올해는 자신이 안수집사로 있는 서울 강남구 남서울은혜교회에만 헌금 기부를 하고 일반 기부는 하지 않는다. 올 1월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때문이다. 지정기부금(헌금과 복지단체 후원금 등)을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할 경우 세제 혜택이 크게 줄면서 세금 부담이 330만원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헌금은 줄이지 않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단체들 전화가 오면 부담스러워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보험왕 배양숙씨
"조특법 안 바꾸면 세금 1억"
종교계도 헌금·시주 타격
"정부가 기부문화 확산 막아"

지난달 29일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이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중학교 3학년 슬기(가명·왼쪽)양이 트럼펫을 연습하고 있다. 할머니와 사는 슬기양은 형편이 어려워 이곳이 아니면 악기를 배울 수 없다. 올해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돼 기부금이 5분의 1로 줄면서 함께걷는아이들이 지원하는 6개 청소년 악단 중 2개가 해체됐다. 이 때문에 100여 명의 아이들이 더 이상 악기를 배울 수 없게 됐다. 기부금으로 키워가던 슬기양의 꿈이 조특법으로 사라질 판이다. [박종근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본지가 지난 3월 조특법의 부작용 문제를 제기했을 때만 해도 우려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시행 8개월이 지난 지금은 기부 위축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A씨처럼 벌써 기부를 줄인 사람도 있지만 보류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당시 본지에 소개된 삼성생명 보험설계사 배양숙(47·여)씨가 대표적이다. 삼성생명 ‘보험판매왕’인 배씨는 “지난해처럼 기부하면 조특법에 따라 1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조특법 개정안(민주당 원혜영·김영환 의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연말에 기부할 예정인 1억원을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종교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조특법으로 인한 세금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고액 헌금자나 시주자의 불만이 크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교회 장로인 B씨는 연봉 1억원, 지난해 헌금액은 3500만원 정도였다. 그는 “헌금에 대한 세금 혜택이 줄어든다니 헌금 액수를 줄일 생각”이라며 “십일조를 줄일 수는 없으니 감사헌금 자제 등의 방법으로 전체 헌금 규모를 20%가량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계에는 강남 대형 교회 장로들이 한 해 2000만∼3000만원 정도 헌금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가 있고 연봉이 1억∼2억원인 50대 중반 장로의 경우 올 연말정산 때 수십만~수백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는 장로 숫자가 80명 정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는 52명이다. 당장 이들이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다. 런던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았던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기흥 회장은 “한 해 7억원이 넘는 돈을 불교계·체육계·사회복지재단 등에 내놓고 있는데, 앞으로 세금을 더 내가며 기부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난치병 어린이 등을 지원하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정성환 신부는 “가톨릭 신자들이 내는 교무금(헌금)은 다른 종교에 비해 적지만 건축헌금 등 한번에 거액이 필요한 경우 조특법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기부금에 대한 세금 혜택이 일종의 보상을 통해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조특법을 바로잡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특법을 피해가려는 ‘우회 기부’도 등장했다. 울산광역시에 사는 40대 영어학원장은 2010년 11월부터 매달 100만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해 왔다. 어렸을 때 한 복지재단에서 학비·생활비를 지원받은 것을 갚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 3월 기부처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바꿨다. 여기에 기부하면 법정기부금으로 분류돼 조특법을 피할 수 있어 세금 부담이 늘지 않는다. 모금회에 기부하되 최종 행선지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 못 박는 방법을 썼다. 이 재단에 이런 사례가 여럿 더 있다고 한다.



 기아대책기구 관계자는 “조특법은 기부를 많이 할수록 불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후원을 시작하면 기부금을 점차 늘려가는 게 일반적인 추세인데, 조특법은 이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유원선 사무국장은 “기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이 시행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조특법은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김동호·신준봉·이정봉·김혜미·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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