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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中자본 영주권 장사에 돈 몰려 오는데…찢기는 한라산

서귀포시 남원읍 백통신원 리조트 공사 현장. 해발 255~360m 한라산 기슭 55만6586㎡(약 16만9000평)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개발사 백통신원이 투자했다. 2016년 완공 때까지 1만9000여 그루 나무가 베어져 나갈 예정이다. [프리랜서 오종찬]


요즘 한라산은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다. 이곳저곳에서 산을 깎아 리조트를 만드는 소리다. 대부분 중국 자본이 짓는 리조트다. 물론 공사는 제주도가 허용했다. 외국 돈을 끌어들여 관광시설을 확충해 제주도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가꾼다는 게 제주도의 생각이다. 중국 자본이 참여하면 중국 관광객이 더 많이 올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 하지만 장소가 한라산 중턱이어서 난개발 논란이 일고 있다.

5억 이상 부동산 5년 갖고 있으면 영구 거주…'제주 투자이민제' 부작용



지난달 30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 백통신원 리조트’ 공사장. 한쪽엔 시멘트 외벽까지 완성된 콘도미니엄 건물들이 들어섰고, 그 곁에선 굴착기가 땅을 파고 있다. 콘도미니엄 주변은 온통 파헤쳐진 상태다.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바이퉁신위안이 2016년 완공을 목표로 55만6586㎡(약 16만9000평) 부지 위에 콘도미니엄과 호텔 등을 짓는 공사 현장이다. 위치는 한라산 기슭 해발 255∼360m 지역. 공사로 인해 한때 숲이 우거졌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공사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리조트를 만들기 위해 나무 1만9000여 그루가 베어져야 한다.



 같은 날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일대. 해발 435~520m 도로변에 300m 길이 공사장 외벽이 들어섰다. 벽에는 리조트 조감도와 함께 ‘흥유개발(興侑開發)’이란 기업 이름이 중국식 한자(간체자)로 적혀 있다. 이곳에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흥유개발이 2016년까지 콘도·호텔을 포함한 89만7000㎡(약 27만 평) 규모 ‘차이나 비욘드 힐 관광단지’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수만 그루 나무는 뽑힐 수밖에 없다.





 지금 한라산에서는 중국 자본에 의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위의 두 곳 말고 한 곳이 더 있다. 해발 235m 지대인 서귀포시 동홍·토평동이다. 중국 녹지그룹이 추진하는 헬스케어타운 조성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병원도 들어서지만 전체 부지 153만9000㎡(약 46만6000평)의 절반 이상을 리조트가 차지한다. 이들 세 곳 공사로 2016년까지 산이 깎이고 숲이 베어질 면적이 대략 300만㎡(약 90만 평). 한라산 속에서 서울 여의도 비슷한 면적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자본 리조트가 들어서는 곳은 ‘중산간’이라 불리는 해발 200~600m 지역이다. 해안보다 훨씬 땅값이 싸 중국 투자기업들이 선호한다. 제주도는 중국 자본 리조트가 생기면 중국인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개발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중산간 지역은 훼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 환경·생태에서 중산간 지역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개발 허용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중산간은 숲이 우거진 ‘제주도의 허파’라는 이유에서다. 산소를 만들어 맑은 공기를 공급하는 지역의 나무를 베어내면 아무래도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하수 또한 문제다. 제주대 현해남(생명자원과학) 교수는 “빗물을 흡수해 주민들이 식수·생활용수로 쓰는 지하수를 공급하는 것이 중산간 지역의 중요한 기능”이라며 “리조트 공사 때와 완공 뒤 흘러나오는 하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측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별반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리조트 운영에 따른 관광·경제효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리조트가 기대한 만큼 제주도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리조트 성격이 중국인들의 제주도 별장 같은 것이어서다. 현재 중국 자본들은 한라산 리조트에 한 채당 50평 안팎의 대형 콘도미니엄을 지어 아파트처럼 한 채를 중국인 한 명에게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처럼 회원·비회원이 사시사철 북적이는 리조트가 아니라 주인인 중국인이 가끔 와서 며칠 머물다 가는 ‘주거형 리조트’다. 이래서야 리조트에 사람이 붐빌 리 없다. 리조트 관리나 식당 같은 부대시설 운영에도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는 소리다.



 중국 자본이 이런 독특한 리조트를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0년 도입한 제주도의 ‘투자이민제’ 때문이다. 5억원 또는 미화 50만 달러 이상을 들여 제주도 부동산을 사면 국내에서 거주할 수 있는 F-2 비자를 주고, 5년 동안 부동산을 계속 갖고 있으면 아예 영주권을 주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이 많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 제도를 시행한 뒤 지금까지 모두 362명의 외국인이 5억원 이상 부동산을 사들여 F-2 비자를 얻었다. 이 중 97%인 351명이 중국인이다.



 한라산에 리조트를 짓는 중국 자본이 타깃 삼은 게 바로 이런 영주권 수요다. 그래서 5억원 넘는 대형 콘도미니엄을 제주도에 지어 분양하려는 것이다. 속내는 일종의 영주권 장사인 셈이다. 그 바람에 제주도는 한라산 중산간을 개발하도록 내주고, 일자리 창출 같은 경제효과는 제대로 얻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한라산 리조트 건설에 대해 ‘난개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리조트 에 일자리가 생긴다고 해도 한국인 몫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제주대 오상훈(관광경영학) 교수는 “중국 기업들은 해외에 리조트를 만든 뒤 자국인을 데려다 직원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경식 제주도(무소속) 의원은 “난개발 논란을 없애려면 현재의 투자이민제를 미국 같은 ‘생산 자본적 투자이민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외국인이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2년 뒤 10개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때 영주권을 준다. 강 의원은 “단순히 비싼 부동산을 샀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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