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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통상임금, 노사합의로 정한 것" … 노동계 "근로기준법이 우선"

대법원이 5일 통상임금의 산정 기준을 놓고 공개변론을 한다. 지난 3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뒤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통상임금은 퇴직금과 재해보상금, 4대 사회보험료, 임금채권보장기금,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 된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증가하면 임금 총액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경영계는 “최소 38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며 기존 통상임금 산정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을 지금이라도 되찾아야 한다며 맞서 있다. 135개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미리 보는 통상임금 대법원 공개변론
재계 "매달 받는 것만 따져야"
노동계 "정기적 수당도 포함"
"상여금은 포함 안 된다" 행정 지침
혼란 야기한 정부 책임론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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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은 이처럼 사회갈등이 갈수록 커지자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로 하고 5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공개변론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갑을 오토텍’ 근로자 295명과 퇴직자 1명이 제기한 사건이다. 설·추석 상여금과 하계 휴가비, 김장 보너스, 선물비 등이 통상임금이냐 아니냐를 따진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통상임금의 판단기준과 범위에 관한 대부분의 쟁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산정 기준이 사실상 정해진다. 이 때문에 경영계와 노동계는 총력을 다해 변론에 임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다만 시행령 6조에 통상임금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고 적고 있다.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 그래서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행정지침(1988년)으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들은 이 기준에 따라 통상임금을 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경영계와 노동계는 법적 기준을 각각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경영계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지급 주기는 1개월 단위이므로 매달 주어지는 것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즉 상여금은 매달 지급하는 것이 아니어서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시키면 안 된다는 얘기다. 또 하계 휴가비와 김장 보너스, 선물비도 매달 주는 것이 아니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정부의 행정지침과 같다.



 하지만 노동계는 근무성적과 상관없이 상여금이 모든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반박한다. 또 하계 휴가비와 김장 보너스, 선물비도 회사가 지급기간을 정해 정기적으로 특정 금액을 준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법 논리만 따진다면 정부의 행정지침에 의존한 경영계가 법에 명시된 정기성과 일률성을 내세운 노동계에 비해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모든 수당은 정기성을 띨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수십 년간의 노사자치와 관행을 주요 변론 요지로 들고 나왔다. 노사가 합의해 정한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법으로 무 자르듯 재단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노사자치의 대원칙이 무너지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강행법규(근로기준법)에 따라 당연히 산입되어야 할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키로 하는 노사합의는 무효라는 입장이다. 무조건 따라야 하는 강행법규가 무시되는 것은 법치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상여금이나 수당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게 되면 후폭풍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론이 거셀 전망이다. 행정지침을 만든 당사자로서 혼란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계가 패소할 경우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잘못된 행정지침 때문에 인건비 상승 등 경영상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서다. 김영문(법학) 전북대 교수는 “노동부의 지침을 믿은 기업들이 뒤통수를 맞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향후 근로자에게 제공하던 각종 복지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완 법제1팀장은 “패소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복지를 주고 싶어도 안 주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며 “기존 수당도 없애거나 통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체계도 성과와 근무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체제로 변경하는 등 임금체계 개편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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