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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퍼즐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을 보는 시각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써니 리의 중국 엿보기

지난주 동남아의 한 지역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어느 한국인 학자가 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 온 참석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회의 중에는 또 공자학원이 동남아 국가 가운데 유독 태국에 집중돼 있는 원인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태국의 화교 비율이 높은 데다 태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어서다. 흥미롭게도 중국은 공자학원을 통해 태국 왕실 가족을 비롯한 고위층에 따로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며 네트워킹을 강화해 왔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가 미·중 대결구도에 상관없이 양쪽 모두와 비즈니스를 하지만 어느 쪽에도 ‘꿀리지 않는’ 자신감을 갖는 이유도 나왔다. 그래선지 동남아와 중국의 관계 속에는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동남아 현지의 한 대학에서 주관한 행사였지만 사실 한국 측에서 적극적으로 후원을 했다고 한다. ‘중국’이라는 퍼즐을 맞추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전에 한국의 대중국 이미지는 주로 미국을 통해 투영된 모습이었다. 그러다 수교 후엔 한국인들이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현지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내재적 접근’이 시작되었다. 그후 너무 미국식 자본주의 관점에서 사회주의 국가를 평가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었고, 너무 중국적 시각에 ‘매몰’돼 중국을 바라보는 것도 어딘가 2%가 부족하다는 자성론이 대두되었다.

한국이 미·중 대결 구도의 프리즘으로 중국을 바라볼 때 한국으로선 맨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식의 피해자적 심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좀 더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외교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 외교부가 중국 관련 부서에 연구인력을 채용할 때 중국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공부한 사람을 뽑는 이유일 것이다.

이 모든 것에는 중국의 ‘대국굴기’를 슬기롭게 이용해야 하는 한국의 숙명적 고민이 담겨져 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중국 스스로도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책임 있는 대국’이 될 것인지 내부 담론의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중국 학자는 이런 고민을 “중국이 외부적으로 부상하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먼저 부상해야 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국제사회와 중국인 자신이 보는 중국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중국 학자들이 표현한 대로 중국은 아직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지 못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 옆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한민족이기에 한국은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오늘날 ‘중국’이라는 퍼즐을 맞추려고 동분서주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중국도 스스로에게 퍼즐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이란 게 꼼꼼히 파고 들면 일본·싱가포르·한국이 걸었던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정치발전은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중국은 수차례 ‘서방 모델’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중국 관방언론은 최근 ‘중국 특색’과 이데올로기 교육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SNS인 ‘웨이보’ 사용자들에겐 ‘국가 이익을 생각하라’고 촉구했다. 경제는 우회전(자본주의), 정치는 좌회전(사회주의)이란 원칙을 고수하는 듯하다. 이럴 때 차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는 흥미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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