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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예술계·창업계에 든든한 자금줄 제공

언뜻 불가능해 뵈는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이끈 건 예술 분야에 종사하던 세 젊은이였다. 공동창업자인 찰스 애들러, 페리 첸, 얀시 스트리클러(왼쪽부터). [사진 킥스타터]
‘올드보이’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연출자이자 ‘말콤X’ ‘똑바로 살아라’ 같은 세계적 화제작을 만든 감독 스파이크 리. 지난달 21일 ‘타임’을 비롯한 미국 유력 언론들은 그가 ‘킥스타터(Kickstarter)’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다음 영화 ‘블러디(Bloody)’의 제작비 모금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30일의 모금 기간 동안 6421명으로부터 총 140만 달러를 모았다. 애초 목표 125만 달러를 훌쩍 넘겼다. “당신처럼 유명한 감독이 왜 대중에게 손 벌리느냐”라는 언론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예전부터 난 ‘말콤X’처럼 제작사들이 외면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여기저기서 돈을 긁어모아온 독립영화 감독이다.” 과거에 모금을 하려면 편지나 전화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킥스타터가 있어 일이 훨씬 쉬워졌다.

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15> 크라우드 펀딩의 대명사 ‘킥스타터’ 세 창업자

실제 킥스타터는 독립영화인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창구가 됐다. 세계 최대 독립영화제 ‘선댄스’의 경우 지난해 출품작 중 무려 17편이 킥스타터를 통해 제작비를 구했다. 무용·만화·음악·요리·출판은 물론 게임이나 IT 기기 개발, 사회혁신 같은 분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2009년 4월 오픈 이래 킥스타터를 통해 전 세계 470만 명이 47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총 7억6400만 달러를 후원했다. 사이트에 적힌 문구처럼 킥스타터는 세계인이 예술 혹은 창의적 활동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중국계 미국인 페리 첸(36)은 올해 타임 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출범 첫해부터 돌풍 일으켜
킥스타터는 무엇보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의 대명사이자 세계적 롤 모델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말 그대로 ‘대중(crowd)’에게서 ‘자금 조달(funding)’을 하는 것이다. ‘소셜 펀딩’이라고도 하는데, 십시일반 돈을 모으기 위해 인터넷 기반의 소셜 네트워킹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창조경제 구현의 주 도구로 거론되곤 한다. 특정 프로젝트에 소요될 비용을 모금하는 후원형, 사업자금을 받는 대신 회사 지분을 주는 기업 투자형,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빌리는 대출형 등이 있다. 킥스타터는 그중 후원형에 해당한다.

킥스타터의 시작은 200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첸은 미국 뉴올리언스에 살았다. 음악과 미술 애호가인 그는 이듬해 있을 재즈 페스티벌에 두 명의 호주 출신 DJ를 초청하려 했다. 하지만 돈을 마련할 수 없어 포기했다. 이때 첸은 ‘관객들이 표 값을 미리 내고 그 돈으로 비용을 충당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다고 한다. 4년 뒤, 뉴욕의 한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던 그는 손님인 음악저널리스트 얀시 스트리클러(33)에게 이 생각을 말했다. 비(非)상업적이거나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일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쉽고 빠르게 후원자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의기투합한 둘은 창업을 결심했다. 곧이어 웹 디자이너인 찰스 애들러가 합류했다. 하지만 사이트 개설까지는 다시 4년이 더 걸렸다. 창업 멤버 중 개발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야 20만 달러를 어렵게 조달해 개발자를 고용하고 서버 비용을 댈 수 있었다.

출범 첫해부터 킥스타터는 돌풍을 일으켰다. 수많은 기발한, 가슴을 울리는, 놀라운 시도들이 킥스타터를 통해 이루어졌다. 에밀리 리처드슨이란 여성은 보트 세계 일주 프로젝트를 올렸다. 여행 후원자들에게 그녀는 남다른 보상을 했다. 1달러 기부자는 보트에 이름을 새겨주었고, 15달러 이상 기부자에겐 여행 중 찍은 사진에 감사 인사를 적어 보냈다. 1000달러 이상 기부자에게는 그녀가 직접 딴 코코넛을 선물했다. 이런 ‘돈도 안 되는’ 일을 위해 사람들은 왜 기꺼이 신용카드를 긁는 걸까. 에밀리의 남다른 스토리에 감동받아 동참을 원하게 된 것이다. 킥스타터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올라온다. 문화·예술 분야가 주류다. 조지아 주 낯선 동네에 버스 정류장을 만들겠다거나, 맨해튼 한복판에 수영장을 열겠다는 아이디어도 모금에 성공했다. 더 큰 주목을 받은 건 창업과 연계된 프로젝트들이다. 아이팟나노를 손목시계로 쓸 수 있게 한 ‘틱톡+루나틱’, 전자종이 화면을 장착한 손목시계와 스마트폰을 무선 연결한 ‘페블 e-페이퍼’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펀딩의 경우 후원자는 곧 첫 구매자이자 자발적 홍보맨이 된다. 모금액도 100만 달러를 훌쩍 넘곤 한다. 지난해에만 17개 프로젝트가 100만 달러 이상을 모았다.

수익 없어도 가치 있는 프로젝트 많아
그렇다면 킥스타터에 아이디어를 올리고 보상을 하는 과정은 어떨까. 후원을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열정, 스토리를 담은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만들어 사이트에 올린다. 목표 모금액과 기한도 명시한다. 이를 보고 동참을 결정한 후원자는 신용카드로 금액을 결제한다. 만약 기한 안에 모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프로젝트는 무산된다. 후원자의 계좌에서 돈도 빠져나가지 않는다. 킥스타터만의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방식이다. 프로젝트 창안자는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후원자들은 적극적인 모금 동기를 갖게 된다. 그럼에도 모금 성공률은 44%에 이른다. 모금이 무사히 끝나면 킥스타터 수수료 5%와 결제업체 수수료 3~5%를 뺀 나머지 금액이 프로젝트 진행자에게 입금된다. 이후 프로젝트 성과를 공유하며 후원자들은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페리 첸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가옴 로드맵 콘퍼런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킥스타터의 가장 결정적 파워는 투자라는 개념을 없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돈이 될 것 같은 프로젝트가 아닌, 현실화되길 원하는 프로젝트를 후원한다.” 세상에는 수익을 낼 순 없어도 가치 있는 프로젝트가 얼마든지 존재하며, 이를 지원하는 것이 킥스타터의 사명이란 얘기다. 사실 이는 창업이라 하면 무조건 수익모델부터 따지고 드는 비즈니스 세계에선 결코 통용될 수 없는 발상이다. 그럼에도 킥스타터는 나날이 번성하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인디(Indie) 예술계와 창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혁신의 원천은, 혹은 그 성과에 대한 평가 기준은 과연 철저히 물적(物的)인 것인가, 아니면 인간 감성에 기인한 정량화하기 힘든 그 무엇인가. 본격적인 크라우드 펀딩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나라 관련 업계에서도 심도 있게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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