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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국사가 단순 암기과목으로 전락할까 문제라고?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딸 대신 물건을 사러 갔다. 여종업원이 포인트 적립을 해주겠다며 회원 가입된 딸 전화번호를 묻는다. 난감하다. 얼마 전 바꾼 딸의 휴대전화 번호가 가물가물하다. 따져보니 외우고 있는 번호가 몇 개 안 된다. 노래방이 나온 후 외우는 노래 가사가 없어지더니, 이제는 외우는 전화번호가 없다.



 스마트한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다. 내친김에 자가진단법까지 찾아봤다. ‘외우는 전화번호가 회사와 집 번호뿐이다. 대화 중 80%는 e메일로 한다(아마 요즘은 SNS일 듯). 계산서 서명 빼고 거의 손글씨를 안 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장착 후 지도를 보지 않는다. 몇 번 만난 사람을 처음 본 사람으로 착각한다’ 등이다. 10개 항목 중에 1~2개만 해당돼도 디지털 치매가 의심된다는데, 중증이다.



 스마트 기기는 날로 똑똑해지는데 우리 뇌기능은 날로 둔해진다. 정보를 늘 찾아서 보니, 아예 뇌에서 저장시키는 메커니즘 자체가 약해진다.



 물론 이제 정보는 지천으로 널려 있고, 이들을 창조적으로 네트워킹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니 단순 정보, 단순 암기, 단순 기억이란 별 의미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기억은 못하지만 언제든 인터넷에서 꺼내올 수 있는 정보가 과연 나의 진짜 정보, 진짜 지식이 될 수 있을까. 그에 기초한 사고와 판단은 또 얼마나 정확할까.



 2017년 입시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부활한다. 24년 만이다. 그런데 한쪽에선 반대 목소리가 있다.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가르칠 것이냐, 사관의 문제를 지적한다. 역사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이념갈등도 우려한다. 또 수능 필수과목이 됨으로써 사교육 열풍이 불고, 역사가 단순 암기과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딸의 교과서를 다시 들춰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습내용은 죄다 ‘~에 대해 생각해보자’다. 생각해보는 것은 좋은데, 생각할 만한 능력과 지식을 갖추는 게 먼저 아닌가. 뭘 알아야 사고도, 비판도 하니까 말이다. 과거 주입식 교육의 폐해에 대한 반작용으로, 백지상태를 채우기보다 백지 앞에서 사고력만 주문하고 있다면 그 또한 문제다.



 표정훈 한양대 기초융합교육원 교수는 자신의 SNS에 “한국사는 무지막지한 암기과목이 될수록 좋다”고 썼다. “총기에 비유해서 좀 그렇지만, 실탄을 한 가득 확보한 다음에야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쏠지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강의해보면 요즘 학생들, 한국사든 세계사든 역사에 대한 실탄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일단 외울 건 외워야 한다.”



 맞는 말이다. 절묘한 댓글이 달렸다. “역사의 여신 클리오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의 딸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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