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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안 성공의 조건 ① 학생부 중심 전형, 신뢰 회복이 관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대입정책이 나왔지만 학생·학부모 부담이 줄기는커녕 더 큰 혼란을 겪기 일쑤였다. 불충분한 의견 수렴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 크다. 교육부가 27일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이번 대입 개편안이 성공하기 위해 어떤 후속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비중을 늘리면 대학들은 수시 선발인원을 줄이고 정시모집을 늘리지 않을까요. 그럼 특목고 학생들이 더 유리해지겠죠.”(서울 문일고 김혜남 교사)

 “학생부 반영 확대가 자칫 ‘스펙 쌓기’로 변질될까 걱정됩니다.”(인천 초원고 나일수 수석교사)

비교과 활동 부풀리기 검증 큰 문제

 현 고2가 대학에 지원하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수시에서 수능성적 반영을 완화 하겠다고 교육부가 발표하자 교육계에선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입시업체들은 벌써 대학들이 정시 선발인원을 늘릴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아무런 대책 없이 수시에서 수능을 못 보게 하면 기존에 학생부 중심 전형을 실시하던 대학조차 전형을 폐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수시에서 정부의 간섭이 심해지면 대부분 대학이 수시 인원을 줄이고 정시를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들이 그동안 학생부 반영을 꺼렸던 건 ‘학생부 부풀리기’가 심했던 탓이다. 학생부는 크게 교과 영역과 비교과 영역으로 나뉘는데 동아리활동이나 봉사·진로활동 등을 적는 비교과 영역에서 부풀리기가 특히 자주 일어난다. 실제로 학생이 해당 활동을 했는지 검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3학년 담임교사는 “그냥 방과후수업에서 생물 문제풀이반을 들었을 뿐인데 학생부에는 ‘생물에 재능과 관심이 있고 실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이라고 쓰곤 한다”고 전했다.

 충남 서산시 서령고 최진규 교사는 “비교과 영역은 담임이 대부분 작성하는데 대학 입시가 달린 상황에서 학생에 대해 잘 써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전 전민고 임헌규 교사는 “수시에서는 학생부에 쓴 희망직업과 지원하는 학과 사이의 연관성이 중요한데 고 1~2 때 진로를 제대로 정한 학생이 거의 없다 보니 3학년 때 원서 접수를 앞두고 뒤늦게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객관적 사실만 쓰도록 지침 개정 필요

정도는 덜하지만 교과 영역에서도 부풀리기가 이뤄진다. 한 지방대 입학사정관은 “실사를 나가보면 일부 고교는 하위권 이과 학생들을 위해 이과 수학 시간에 문과 내용을 가르치고는 이과 과목을 이수한 것처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은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 왔다. 아무리 학생부 성적이 높고 대학별 고사를 잘 봤더라도 수능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으면 탈락시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들의 수시전형 1800여 개 가운데 700여 개가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했다. 또 학생부를 반영하더라도 대부분 교과성적에 높은 비중을 둔다. 비교과 영역을 일부 반영하긴 하지만 출석만 따지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교육부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인어학성적·외부수상실적 제출 금지 ▶학생부 기재 글자수 제한 ▶예체능 활동 기재 활성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2017학년도부터 대입에 반영할 예정이었던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도 2년 이상 늦췄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육부 대책이 재탕이라고 지적했다. 공인어학성적과 외부수상실적은 이미 올해부터 제출을 금지하고 있고 예체능 활동 역시 기재를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꼽은 근본적인 대책은 학생부 신뢰 회복이다. 교사 출신인 조동헌 단국대 입학사정관은 “학생부를 살펴보면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과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부에는 객관적인 사실만 쓰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사에게 권한을 주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 안양시 백영고 이건홍 교사는 “교사에게 학생 평가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잡무를 줄이고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영천시 영천고 문경구 교사는 “학생부 조작이 밝혀졌을 경우 교사 본인뿐 아니라 학교장까지 감봉이나 승진 제한 등의 징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 잡무 줄이고 연수 강화해야

 대부분 입시 위주로 짜여 있는 고교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예체능 활동 위주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양정고 이두형 교사는 “학교에서 비교과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스펙 쌓기’를 위한 학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보성고 배영준 진로진학부장은 “중학교 때부터 자유학기제가 정착되고 어려서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다면 고교 방과후 프로그램이 체험이나 특기 위주로 다양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민경진(부산대 국문학과) 인턴기자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학생의 학교 활동을 기록한 문서. 기본적인 인적 사항 외에 성적·봉사활동·출석 등 10가지 항목을 기록한다. 내신 성적을 기록하는 교과 영역과 동아리활동·수상이력·봉사활동·출석 등을 담은 비교과 영역으로 나뉜다.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이 늘어나면서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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