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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인간 보시라이에게 배울 것

최형규
베이징 특파원
26일 끝난 중국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재판 뉴스를 접하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뇌물과 횡령 액수(약 49억원)가 저 정도야, 정부(情婦)까지 있었어”라고 놀랐을 것이다. 권력투쟁과 부패의 말로에 권력무상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또 자신의 외도 사실까지 밝히며 혐의를 벗으려고 발버둥 치는 보를 보며 혀도 찼겠다. 그러나 재판에서 권력투쟁과 부패라는 안개를 벗겨내면 보 개인의 본질과 만나게 된다.

 보는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몰락이 가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治家無方) 데서 비롯됐다고 했다.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사업가를 살해하고 아들 보과과(薄瓜瓜)가 고급차 페라리를 타고 다니며 방탕질을 할 때 관리를 못했다는 고백이다.

그러나 이 고백은 순서가 틀렸다. 대학에 수신제가(修身齊家)는 있어도 제가수신은 없다. 먼저 자신의 수신부터 질책했더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것이다.

 제가를 잘못했다는 그의 말도 사실 거짓이다. 예컨대 뇌물로 받은 프랑스 별장은 대지 면적만 3950㎡로 축구장 반이고 3층에 방은 수십 개였다. 2001년 구입 당시 가격만 30억원이다. 현재 가격은 100억원을 호가한단다.

대학 다니는 아들은 개인 전세기를 타고 아프리카 여행까지 갔다. 76차례나 비행기 1등석에 탔다. 이 같은 사실을 대부분 알면서도 그는 방치했다. 당시 그의 세도라면 이 정도는 평균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 공직세계의 ‘추악’ 그 자체다.

 잘못을 알면서 방치한 것은 제가를 잘못한 게 아니고 제가를 포기했던 것이다. “외도를 했다”는 진술도 양심의 반성에서 나온 게 아니라 혐의를 벗기 위한 도구였다. 자신의 도덕적 매몰을 각오하고 한 말이다.

그러나 그의 이 진술은 오히려 혐의 부인으로 ‘괘씸죄’가 적용될 판이다. 부하 직원이었던 왕리쥔(王立軍)과 자신의 아내가 “바람이 났다”는 진술에 이르면 보는 정상이 아닌 게 분명하다.

한데 변호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의 한 고관이 부패로 구속됐는데 면회를 갔더니 그러더란다. “정말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좀 빼 달라. 내가 한 일을 마누라가 했다고 만들어도 좋다.”

권세 부리던 사람이 구속되면 감옥을 탈출하기 위한 짐승으로 변한다는 거다. 정직과 반성이 감옥을 나오는 길이라 아무리 설명해 줘도 화만 낸단다. 그래서 보는 한국의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좋은 반면교사(反面敎師)다. 특히 앞으로 감옥에 가실 분들에게.

최형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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