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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30대가 빛나려면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30대 초반이더라고요. 저랑 같은 나이예요.” 올여름 극장가에서 흥행 성공을 거둔 1980년대생 신인 감독들을 두고 한 청년이 하는 말이다. 마침 그도 영상 관련 분야에서 일한다. 자연히 같은 또래가 벌써 촬영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이 된 게, 더구나 데뷔작으로 보란 듯 성과를 낸 게 눈에 크게 띄었을 것이다. 짐짓 이럴 때 들려주는 단골 레퍼토리를 읊었다. 지금이야 어엿한 감독이지, 직전까지 별 수입 없이 여러 해를 보냈을 거다, 이번 시나리오도 3·4년씩 고치고 또 고쳤을 거다 등등. 나아가 흥행작 감독도 다음 영화 내놓는 데 또 몇 년씩 걸리는 게 영화판이다, 그러다 영화화 결정이 번복되는 일도 다반사다 등등. 여기에 봉준호·박찬욱 같은 이름난 감독도 첫 영화는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했다는 사례까지 들먹인다. 한마디로 또래의 성공에 조급해 하지 말고 진득하니 제 갈 길 가라는 요지다.



 한데 듣고 있는 청년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그제야 새로운 비급인 듯 하나를 덧붙인다. 감독은 신인들이지만 그 제작자는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파라고. 사실이 그렇다. ‘감시자들’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같은 올여름 신인급 감독들의 흥행작은 적게는 60년대생, 많게는 50년대생 제작자와 짝을 이룬 결과다. 이른바 한국 영화 르네상스, 즉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충무로의 새로운 발전기를 경험한 이들이다. 당시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기획자나 제작자의 활약은 영화계에 새바람은 몰고 온 동력 중 하나였다. 물론 늘 승승장구하진 않았다. 저마다 도전과 성공과 실패를 겪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충무로에 ‘제작자의 시대는 갔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들에게 다시 힘이 실린 건 최근 들어서다. 지난해 ‘건축학개론’ ‘늑대 소년’ 같은 흥행작 역시 신인급 감독과 이런 제작자들이 만난 결과였다. 세대 간 협업의 성공 모델인 셈이다.



 몇몇 제작자들에게 왜 신인과 일하려 하는지 물었다. 대답은 한결같다.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게 제작자의 보람이자 역할”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신인 감독이 함께 일하기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들 한다. 작품에 대한 고집도 세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뜻밖의 상황에 대처하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다. 반대로 말하면 제작자들의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험이 그만큼 요긴할 수 있단 얘기다. 이건 영화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서로 다른 세대로 구성된 조직이라면 새로운 세대의 능력을 어떻게 발굴하고 키워낼지, 앞선 세대의 경험이나 역량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할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뒤늦게 깨달았다. 올여름 신인 감독들의 성공에 자극받아야 하는 건 그 청년이 아니라 그의 맞은편에 앉은 내 쪽이라는걸. 신인 감독에게 관록파 제작자가 있듯, 다행히도 그 청년에게도 경험 많은 누군가가 있는 걸로 안다.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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