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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구태의연한 통제 방식으로 젊은이를 훈육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내가 다녔던 대학엔 금혼(禁婚) 제도가 있었다. 이 학칙 때문에 우린 동기생이 결혼하고 학교를 떠나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러다 4학년 때 우리 반에 복학생이 들어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선배였다. 물론 비밀이었다. 우린 모두 비밀을 알았지만 누구도 발설하지 않았다. 어쩌면 선생님들도 다만 눈감고 있었을지 모른다. 모두의 침묵 속에 무사히 졸업을 맞았다. 졸업식 날, 남편·아이와 함께 왔던 선배와 딱 마주쳤다. 나는 그저 한 번 씩 웃어주곤 자리를 피했다.



 나는 당시에도 지금도 이 학칙에 눈감은 데 대해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제정 당시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지만 이미 우리 시대엔 시대착오적 학칙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다만 전통이라는 박제된 이유만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학칙을 고수하는 학교를 보며 오히려 원칙에 대한 공연한 반감이 들곤 했었다. 사람이 정한 원칙이란 과거 경험의 산물일 뿐인 경우가 많다. 당시 우리들이 입 다문 건 과거를 지키느라 동시대와 미래의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일 거다.



 이런 답답한 광경을 또 보게 됐다. 육군사관학교 얘기다. 요즘 사고 치는 육사생도들 얘기야 전 국민이 다 안다. 교내에서 여자 후배를 성폭행하고, 해외 봉사활동 중에 음주와 마사지 파문을 일으키고, 10대 여학생과 성매매를 하는 등 잇따른 생도들의 일탈이 알려졌다. 이에 육사 측은 TF팀까지 꾸려 ‘육사 제도·문화 혁신 계획’을 만들었다며 발표했다. 내용인즉, 재학 중 음주·흡연·결혼을 금하는 3금(禁) 제도 등 생도들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단다. 이성 교제 범위까지 구체화했다. 규제와 억압으로 생도들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나도 대학 생활을 한 지 30년이나 된 기성세대다. 요즘 대학생들의 생각과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내가 봐도 가슴 답답한 이런 학칙이 과연 젊은 그들에게 통할까. 물론 기성세대에게 젊은 세대는 오리무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우리 사회가 풍요롭고 개인화가 극대화된 후에 태어났다. 군부 독재 타도니 민주화니 하는 비장한 거대 담론 속에 살았던 우리 세대가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풍요롭고 소소한 일상 속에 살아온 그들이 기성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시대가 변했다. 과거에 통했던 통제 방식으로 그들을 통제하긴 힘들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육사는 우리나라 안보 엘리트를 길러내는 곳이다. 구태의연한 교육으로, 변하는 시대를 읽지 못하는 고리타분한 안보 엘리트가 양산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 거다. 또 시대에 뒤떨어진 원칙은 존중받지 못하고, 저항의 빌미를 준다. 원칙에 반감을 갖는 군 지도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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