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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다섯 개의 한국

박명림
연세대 교수·베를린자유대 초빙교수
하나의 인간공동체로서 세계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한국은 지금 어떤 이미지를 갖고, ‘부분을 넘는 전체’로서의 자기 모습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고 있는가? 많은 경우 이미지는 표상 또는 형상이지만 자주 본질과 내면을 드러내준다. 특히 전체 이미지는 더욱 그러하다. 인간들은 종종 자기의 참모습과, 자기가 서 있는 자리와, 자기가 나아가는 지향을 모르기 때문에 내가 나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타인들이 보는 나의 여러 모습들을 통합해 하나의 전체 줄기를 잡는 것이다. 자기객관화를 말한다.



 지금의 한국이 보여주고 있는 여러 부분적 이미지를 통합하는 하나의 한국 형상은 어떤 것일까? 극적으로 상충하는 여러 모습 중에 과연 무엇이 우리 공동체의 참 본질이며, 그 안 사람들의 참삶일까?



 첫째 모습은 단기간에 선진국에 진입한 경제발전과 기술진보다. 무역·GDP·1인당 GDP·외환보유액 규모에서 한국은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세계경쟁력과 위상은 국가로서의 한국 범주를 훨씬 초월해 있다. 스마트폰·컴퓨터·가전·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을 포함한 몇몇 첨단산업과 제품들은 세계 최선두 그룹이거나 적어도 제2 선두그룹에 속한다. 해외공항과 거리와 지하철에서 한국의 TV와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발견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 되었다. ‘인간조건’의 발전에 관한 한 한국 기적이라 불려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둘째는 문화·예술과 스포츠 영역이다. 성악·영화·미술·가요·드라마·비디오아트·아마추어 스포츠와 프로 스포츠 영역에서 한국의 많은 예술가와 젊은이들은 세계적 주목을 받거나, 권위 있는 각종 경쟁에서의 수상은 물론 이미 세계 정상에 도달한 부문도 여럿 존재한다. 한국 스마트폰으로 한국 가요를 듣고, 한국 TV나 한국 컴퓨터로 한국 영화를 시청하는 아시아와 서구 젊은이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한류의 힘이다.



 셋째는 군사와 안보, 평화와 안전의 영역이다. 정전60주년을 맞는 올해 외국의 방송과 통신,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한국 소식의 하나는 북핵 위기와 제2의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보도와 전망이었다. 한국 내부의 일상적 조용함과 달리 오늘날 세계인들에게 두 한국은 가장 많은 병력이,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에서 대치하는, 가장 높은 전쟁 위협 지역인 것이다. 그들은 한국민들이 왜 이리 오래도록 분단된 채, 왜 이리 일상적인 갈등과 핵위기와 전쟁 위협 속에 살아가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는 인간존엄과 지표의 영역이다. 학생·성인·노인 자살, 존속살인, 저출산, 산업재해, 교통사고 사망, 군내 사고·사망, 노인 빈곤율은 모두 OECD 최악 수준이다. 물론 공공지출과 해외 공적개발원조, 소득과 성 불평등 지표 역시 OECD에서 가장 나쁜 수준이다. 교회와 선교사의 파견도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동시에 해외 성구매와 성판매, 아동 성구매 역시 그러하다.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단계에서 한국의 집합적 인간지표는 적절한 언어를 찾기 어려울 만큼 섬뜩함 자체다. 우리 공동체에는 지금 세계 최고수준의 경제지표와 기술지표, 세계 최악수준의 인간존엄과 인간지표가 병존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이런 공동체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다섯째는 분단의 절반인 북한의 기아와 빈곤, 억압과 독재, 폐쇄와 군사주의의 문제다. 북한의 현실은 명백히 반보편적·반문명적인 시대착오이자 세계 역류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인간참상인 것이다.



 서로 반대되는 한국적 기적(Korean miracle)과 한국적 재앙(Korean disaster), 한국에의 희망(Korean dream)과 한국의 수치(Korean shame)가 공존하는 한국적 신비(Korean mystery)와 한국적 수수께끼(Korean enigma)를 어떻게 이해하고 결합하며 해결할 것인가?



 밝음과 어두움, 긍정과 부정, 양지와 음지는 서로 연결돼 있으며, 후자는 종종 전자의 산물일 경우가 많다. 한국 기적만을 자랑하기에는 한국 재앙의 내용이 너무도 참혹하며, 후자는 기실 전자의 산물이기도 하다. 인간공동체의 거의 모든 문제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특히 전체와 부분,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가 그러하다. 한 삶은 한 사회의 총체이며, 한 실존은 한 사회의 표현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인간실존과 인간존엄에 반하는 인간조건의 발전을 전면적으로 재고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통합적 실존으로서의 개인들의 삶은 분리불가능한 전체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베를린자유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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