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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엄마들이 " " 을 먹인다는데…



“친한 엄마 하나가 애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보내려면 산삼은 안 먹여도 물개즙은 먹여야 된다기에 당장 두 달치 사서 중2 딸한테 먹이고 있어요.”

강남 수험생의 비밀



 은평구에서 이사 왔다는 대전족(자녀 교육 때문에 대치동에서 전세 사는 사람) 김모(41·여)씨는 “이 동네에서 외국어고 입시 준비하는 학생 치고 물개즙 안 먹는 애가 없다”며 “비위가 약해서 처음엔 싫다더니 친구들이 다 먹는다니까 꾹 참고 마시더라”고 말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최고 인기상품은 요즘 물개즙이다. 물개즙으로 불리지만 실은 물범으로 만든 탕액이다. 엄마들 사이에서 명문대 보내는 특효약으로 소문이 난 까닭이다. 일원동의 한 한의원 원장은 “얼마 전부터 물개즙을 만들어달라는 고객 문의가 부쩍 늘어 동의보감을 찾아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엔 물개가 성생활을 지나치게 해 여위거나 등뼈·어깨뼈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고 한다. 희귀하기는 했지만 시베리아나 연해주에서 내려온 물개를 사냥해 조선시대에도 약재로 쓰였다는 것이다.



 물개즙이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건 2003년이다. 캐나다 정부의 요청으로 우리 정부가 식용으로 수입을 허가하면서부터다. 정식 명칭은 하프 물범(Harp Seal)이다. 김권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수입식품정책과장은 “20세기 후반 물개 수가 급격히 늘어 800만 마리에 달하자 캐나다 정부가 생태계 안정을 위해 한 해 30만 마리가량을 도살한다”며 “이게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유럽 등으로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정력제로 사용되는 해구신(海狗腎·물개 수컷의 생식기)은 수입품에서 제외했다. 물개는 크게 가죽, 고기, 기름 세 가지로 나뉘어 판매되는데 우리나라는 고기의 80%가량, 기름의 3분의 1가량을 수입하기 때문에 물개 마켓의 거상이다. 캐나다는 매년 약 200만 캐나다달러(약 21억8000만원) 분량의 물개 고기와 기름을 판매하는데, 이 중 우리나라의 구입량은 절반 수준인 100만 달러(10억9000만원) 정도다. 2위인 중국(45만 캐나다달러)보다 2배 이상 많다.



 당초 물개를 수입할 당시 정부에서는 중년 남성의 강장제나 음식점 별미로 주로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물개가 체력을 보강하는 데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입 초기 몇몇 제약회사에서 강장제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또 밤샘 촬영을 해야 하는 연예인들이 피로를 잊으려고 알음알음으로 먹었다. 그러나 정작 재미를 본 건 대치동의 한의원들이다. 명문대 보내주는 약으로 둔갑하면서부터다.



 대치동에서 가장 유명한 H 건강원에서는 물개즙에다 홍삼·미꾸라지·효소 등 을 넣어 오력탕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한 달치(60봉지)가 50만원으로 일반 한의원에서 20만~30만원에 판매하는 총명탕이나 십전대보탕보다 2배 이상 비싼데도 이곳의 한 달 매출은 1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오력탕에서 나오는 수입이다. 건강원 측은 “주문량 70%는 대치동 이외지만 대부분 강남 3구 이내”라며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에는 목동·상계동 등 교육특구 지역에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에서 대치동 엄마 역으로 유명세를 탄 유명 탤런트 K씨와 톱스타 주부 탤런트인 또 다른 K씨도 여기 단골”이라고 했다.



 다른 한약이나 각종 영양제도 많은데 왜 물개즙이 유독 이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까.



 중3 아들을 둔 최수민(40·여)씨 얘기에 답이 있다. 그는 “잠을 줄이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올 들어 애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하길래 봄부터 먹이기 시작했다”며 “밤늦게 학원 다녀온 후에도 끄떡없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진작 먹일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망설이는 부모도 있다. 중1 아들을 둔 이영인(42·여)씨는 “미꾸라지나 녹용 등은 효능뿐 아니라 부작용까지 이미 다 알려졌지만 물개는 아직 알려진 게 많지 않아 솔직히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제대로 관리가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물개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까. 물개즙을 만드는 한 건강원 측은 “캐나다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물개에 함유된 칼슘·오메가 3가 다른 육류나 생선의 수백 배”라며 “체력을 좋게 만들어 키를 크게 해주고 두뇌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광석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물개의 칼슘 함량은 100g당 4~10mg 정도로 일반 생선과 비슷하다”며 “오메가3도 멸치나 정어리보다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장훈 감초당한의원장 역시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등에 따르면 물개는 성질이 뜨거워 성장기 청소년이나 음기가 부족한 사람은 먹지 않는 게 좋다”며 “특히 물개와 철갑상어·미꾸라지를 같이 먹으면 열량이 지나치게 높아 자칫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개즙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치동에서 물개즙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한 성장클리닉센터의 원장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는 얘기 외에는 아직 부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딱히 없다는 게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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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유성운·조한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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