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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 정부에 대담한 인물이 있는가

김종수 논설위원
취임 6개월을 넘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 그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60%가 넘어 최근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다. 국정운영이 가장 어렵다는 첫 6개월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넘겼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국정철학을 펼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된 셈이다. 그런데 뭔가 미진하다. 어떤 이는 불안하다고까지 한다.



거시목표 없이 산발적으로 나오는 미시정책들의 충돌
대통령, 깨알 같은 지시 대신 경제운용의 큰 틀 요구해야

 그 아쉬움과 불안감의 진원지는 경제다. 취임 후에 이어진 화려한 외교적 행보와 대북정책에서 보여준 확고한 리더십에 비해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실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쪽의 성과가 아무리 커도, 내 호주머니가 얄팍해지고 사는 게 팍팍해지면 국민들의 평가는 야박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단 6개월 만에 죽었던 경기가 벌떡 살아나는 기적을 바란 건 아니다. 박 대통령도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하반기 이후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도 경기가 좀체 회복되지 않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닌 눈치다. 그래서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점을 ‘경제 활성화’에 두고 진두에 서서 경제부처를 독려하고 있기도 하다. 정치적 대치를 계속하는 야당에도 ‘민생현안’에 관해서는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의중을 피력하고, 재벌그룹 회장들과도 어렵사리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이처럼 확고하다면 앞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보다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새 정부는 지난 6개월간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꾸준히 내놨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비롯해 부동산 대책, 투자 활성화 대책, 손톱 밑 가시 뽑기 대책, 벤처기업 육성 대책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는 줄어들었고, 움츠러든 가계의 소비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9분기 만에 전기 대비 0%대를 벗어났다지만 실은 내수(內需)는 꽁꽁 얼어붙은 채 일부 대기업의 수출 호조 덕에 겨우 바닥을 면한 정도에 불과하다. 경기회복의 기운은 미미하기만 하다. 왜 그랬을까.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들의 강도가 충분치 않았거나,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세계경제가 생각만큼 나아지지 않은 요인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가 경기회복에 역행하는 정책을 남발해 부양책의 효과를 상쇄한 측면이 더 커 보인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갖가지 기업규제와 단속, 세수 확보를 위한 세무조사 확대 등이 그것이다. 한쪽에서는 투자를 늘리라는 주문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편에서는 투자의 발목을 잡으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정책혼선이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더러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채근하지만 현재의 정책결정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부총리가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거니와 설사 그만한 힘이 실렸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조율할지 근거가 되는 경제운용의 비전이나 밑그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정부는 애초에 그런 거시경제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유일한 수치목표인 고용률 70%는 그런 거시 목표와 비전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미시적 과제에 불과하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것은 경제가 성장해서 소득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런데 경제성장에 대한 목표나 밑그림이 없이 어떻게 경제를 활성화하고 민생을 개선하겠다는 건가. 거시목표가 없으니 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미시 정책들이 충돌하거나 약발이 떨어지고, 경제활성화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경제는 거시경제의 변수(목표)와 미시적 경제행위(정책)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한다. 금융·재정·국제수지 같은 거시정책과 규제완화·중기 지원·공정거래·세정(稅政) 같은 미시정책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 간의 상충을 막고 정책효과를 극대화하자면 전체 정책의 조합을 어떤 식으로 꾸릴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그 방향성이 바로 성장에 대한 비전이요, 청사진이다. 이 정부는 바로 그 비전과 청사진이 없는 것이다. 이 판에 대통령이 갖가지 상충되는 미시정책에 대한 주문과 지시를 쏟아내면 정책의 혼선과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증세도 없고, 공약축소도 없다”거나 “(정부안으로 마련한) 소득세제 개편안을 재검토하라”거나 “(뾰족한 수단이 없는데도) 강력한 전·월세대책을 마련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하면 장관이나 수석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공무원들은 어떻게든 대책을 만들어낸다. 다만 그런 대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이다.



 이런 식의 경제 인식과 정책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정책혼선은 계속되고 경제 회생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진정 경제를 살리겠다면 과연 우리 경제를 어디로 이끌지에 대한 비전과 목표부터 설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목표를 이룰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게 순서다. 그러자면 지금부터라도 대통령이 개별 미시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할 게 아니라 큰 방향만 제시하고 경제팀에 성장의 목표를 세우고 밑그림을 그려오도록 주문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정부에서 대통령에게 그런 직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담대한 인물이 있느냐다.



김종수 논설위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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