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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신문은 끝났다 ?

권석천
논설위원
신문이 위기라고들 한다. 지난해 한국의 가구당 신문 구독률은 24.7%(한국언론진흥재단). 1996년 69.3%, 2008년 36.8%와 비교하면 경착륙임에 틀림없다. 이달 초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는 신문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런 와중에도 신문은 스스로의 문제를 외면해왔다. 내가 생각을 고쳐먹은 건 한 언론학자의 지적을 받고서다. 그는 제도권 언론이 한국일보 사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은 데 대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자세는 시민들, 독자들로 하여금 언론의 이슈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인식하게 합니다. 관련 보도가 계속 나와야 저널리즘의 자존감도 올라가고….”(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얼마 전 타사의 3~4년차 기자들과 저녁 모임을 했다. 그들이 대학에서 언론사 시험을 준비할 때 글쓰기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기자 생활 어떠냐”고 묻는데 얼굴들이 어두웠다. 한 친구는 “언제까지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쫓기면서 쓰고 싶은 기사보다 써야 할 기사에 매달리는 게 힘들다고 했다.



 나는 위로할 말을 찾다 이렇게 얘기했다. 내 친구들 중에 판검사도 있고, 로펌 변호사도 있고, 대기업 임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부럽진 않다. 언제든 현장에 갈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 젊은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들은 내 말이 얼마나 와 닿았을까. 나는 내 말에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



 문제는 환경에만 있지 않다. 많은 눈들이 언론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테러범은 시청률에, 메인 뉴스 자리에 목을 매는 방송사 앵커에게 항의한다. “그 사람은 당신 말이라면 다 믿었어.”



 그렇다. 이제는 ‘다 믿지는’ 않는다. 댓글은 기사에 감춰진 의도와 속셈을 짚어내고 비판한다. 독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보도 내용에 메스를 들이대고 자성을 촉구한다. 지난주 “중앙일보 애독자”라고 밝힌 한 고교 교사가 e메일을 보내왔다.



 “예컨대 경찰의 한밤중 ‘국정원 여직원 수사’ 기습 발표가 허위로 드러났으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 토론 등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합니다만 저는 오히려 언론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봅니다. 마치 공모를 한 것처럼 경찰 발표를 대서특필….”



 사실과 거짓을 가리지 않고 받아쓰는 행태가 신뢰를 저버린다는 문제 제기였다. 실제로 언론의 공신력이 낮아진 데는 이편저편으로 나뉘어 진영논리의 스피커 노릇을 해온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기자들은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는 의식을 잃은 채 특정 진영의 종군기자, 개별 언론사 샐러리맨이 돼왔다.



 그래서 나는 언론이란 이데아에 청춘을 바치려는 젊은이가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대견하면서도 착잡하다. 젊은 기자들이 떠나는 이유가 비단 경제적 대우나 불투명한 미래 때문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진실의 사도(使徒)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온 그들이 자긍심 갖고 일할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탓도 크다.



 늦기 전에 근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는 “읽고 쓰는 것이야말로 세계를 변혁하는 힘”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생물 종(種)의 평균 연령 400만 년 중 20만 년이 지났을 뿐이다. 미술과 음악은 수만 년간 이어져왔지만 문자가 발명된 지는 고작 5000년이다. 문학은 끝났다? 창피하니까 그런 말은 그만두라. 실로 많은 것이 아직 가능하다(『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동료들이여, 신문은 끝났다고 징징대지 말자. 읽고 쓰는 인류가 있는 한 활자매체는, 문자로 뉴스를 주고받는 방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이 언론의 본질로 다가설 수 있는 기회인지 모른다. 많은 것이 아직 가능하다면.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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