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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민자역사 투자자들의 절규

권철암
사회부문 기자
그는 2005년 서울 창동민자역사 개발 사업에 2억원을 투자했다. 이화여대 앞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이었다. 창동역사 안에 가게를 분양받아 좀 큰 식당을 꾸려보겠다는 게 그의 소망이었다. 하지만 꿈은 산산조각 났다. 개발 주관사의 횡령과 공사 중단 소식이 들렸다. 투자금을 날릴 판이라고 했다. 2010년의 일이었다.



 이름을 밝히기조차 부끄럽다는 이모(44)씨. 처음엔 “누굴 원망할 것인가. 내가 바보였는데”라고 자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저 앉아 있기엔 2억원이란 돈이 너무나 컸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돌려받을 방도를 찾은 지 벌써 3년이다.



 이씨는 기자가 만난, 그러나 신문에 사연은 싣지 못한 민자역사 투자 피해자 중 하나다. 창동역사에 투자해 손해를 본 사람은 1000명에 이른다. 투자자들의 사연은 대부분 비슷했다. 아껴 모은 재산을 톡톡 털어 민자역사에 넣었다. 믿는 바가 있었다. 2005년 사업 주관사가 만들어 돌린 창동역사 투자 유치 전단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투자 안전벨트를 매어드립니다’란 문구가 커다란 글자로 박혀 있었다. 서민들의 눈에 그건 ‘나랏일’로 비쳤다. 하나같이 “나라가 하는 일인데 설마 문제가 생기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 어떻게든 재산을 되찾겠다는 마음에 ‘창동민자역사계약자총협의회’란 모임을 만들어 코레일을 만났다. 투자자들은 “비리가 터진 민자역사 개발 사업 주관사를 코레일이 선정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코레일은 “규정된 절차에 따라 위원회를 만들어 주관사를 뽑았으니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전단에 이름이 나왔던 것에 대해서도 “사업 주관사가 무단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코레일은 최근 투자자들의 화를 더 돋웠다. 지난해 12월 서울 도봉구청에 공문을 보내 “창동민자역사 개발사업 건축주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게 드러나서다. 투자 피해자들은 “건축주라면 공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를 모면하려고 코레일이 발빼기 꼼수를 부렸다”고 보고 있다. 도봉구청은 결국 코레일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창동민자역사 문제를 지난해 12월 법정에 가져갔다. 9개월이 지났건만 아직 1심조차 끝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빚까지 냈던 투자자들은 이자 갚기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건 왜일까.



 “코레일에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 도대체 언제쯤 속 시원히 결말이 날까요. 이런 마음고생 덜 하도록 해주는 것,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복지’입니다.”



권철암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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