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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천막살림 27일째 … 청와대와 '국정원 평행선'

다음달 4일 베트남·러시아 순방을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숙투쟁까지 벌이며 26일로 장외투쟁 26일째인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



여야, 대화 제의 핑퐁게임
강경파 설득 '회군 명분' 필요한데
청와대선 "이미 개혁 시작" 인식 차

 만약 박 대통령 출국 전까지인 열흘 이내 양측이 접점을 마련하지 못하면 교착상태는 내년도 예산안을 포함해 현안이 산적한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청와대 회동의 의제와 형식을 놓고 핑퐁게임만 계속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민생으로 만날 생각이 있다”고 밝히자 김 대표는 오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민주주의와 민생을 어떻게 떼어 놓고 얘기하느냐”며 “민주주의 없는 민생은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측근은 “민생을 챙기려면 제일 중요한 게 정국 안정인데 국정원 문제를 매듭짓지 않은 채 어떻게 민생으로 바로 갈 수 있겠느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회의 후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민생 회담’ 제안에 대해 ‘국정원 개혁+민생 회담’으로 응수했다.



 청와대가 설명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회담’ 형식을 놓고도 김 대표 측 인사는 “5자회담을 받을 거면 지난번 청와대의 5자회담 제안을 받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야는 지난 3일부터 한 달 가까이 회동 형식을 양자, 3자(대통령+여야 대표), 5자로 할 것이냐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김한길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제안(3일)→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3자회담 제안(5일)→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5자회담 제안(6일)이 회전문안에서 어지럽게 돌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정원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과 민주당의 인식이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은 야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뜻이라기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국정원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뜻에 가깝다. 박 대통령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은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의 국정원 조직개편은 “벌써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말하는 국정원 개혁은 국내정보 파트의 대폭 수술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질 등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국정원 문제를 회담 의제로 강조한 이유는 당 내부에서 ‘국정원 개혁’을 회동 성사의 마지노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청와대 회동을 통해 최소한 국회 내에 민주당의 요구를 제도화할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의 구성과 대통령의 국정원에 대한 유감 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성과 없는 회담이 몰고올 당내 강경파의 반발도 의식해야 하는 김 대표로선 그래야 천막당사를 접을 회군의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노웅래 의원은 “영수회담에서 국정원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김 대표가 서로 자기 얘기만 하고 헤어졌다간 회담 후 오히려 정국이 더 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핵심 인사는 “국정원 개혁을 하겠다고 정권마다 얘기해 왔었지만 실제론 개혁을 하지 않았다”며 “국정원이 도청 기계를 개발해 도청을 하고 하는 것들은 얼마든지 고쳐질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이 국내파트를 존속시켰던 것처럼) 존재시켜야 할 이유가 있었다면 당연히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집권했을 땐 국내정보 파트에 손을 대지 않다가 이제 와서 국내파트를 사실상 없애라는 건 정치공세가 아니냐는 뜻이다.



 회담을 놓고 핑퐁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는 파행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전년도 결산안 심의를 위해 농수산식품위원회 등 4개 상임위를 열었지만 민주당의 불참으로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언제는 형식과 의제에 상관없이 대화하자더니 막상 대통령이 민생 회담을 제안하자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며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새누리당이 회동을 성사시키는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야당 입장에서 할 말이 많은 이슈인 경제민주화를 언급한 걸 주목해야 한다”며 “언제든 회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니 당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채병건·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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