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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소망교도소의 소망은 재범률 0%

직원과 식당서 자율 배식 식사 소망교도소 재소자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이곳 재소자들은 일반 국영 교도소와 달리 감방이 아닌 식당에서 단체급식을 한다. 교도소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함께 밥을 먹는다. [사진 소망교도소]


교도소를 소재로 한 영화에 흔히 나오는 장면이 있다. 교도관들이 재소자를 부를 때 수의 왼쪽 가슴에 달린 수인번호(예:8210)로 부르는 것이다. 재소자들이 ‘개구멍’으로 불리는 수용거실(감방) 철창 배식구를 통해 식판을 건네받아 감방 안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정(情)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곳으로 그려진다. 이런 교도소의 법칙을 깨뜨린 곳이 있다. 여기선 수인번호 대신 재소자의 이름을 불러 준다. 교도관은 재소자와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교도소에 처음 입소할 땐 교도소장이 “함께 잘 지내 보자”며 직접 안아 준다. 국내 유일의 민간 교도소인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다. 중앙일보·JTBC가 지난 23일 이곳을 찾았다. 교도소는 26일 개소 1000일을 맞았다. 

인성교화 실험 1000일 맞은 국내 유일 민간교도소 르포



벽에 ‘사람 살리는 공동체로’ 문구



입소 후 8개월 꼬박 인성교육 소망교도소 재소자들이 자원봉사자로부터 집단 인성교육을 받고 있다. 이곳 재소자들은 입소 후 8개월 동안 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명상·상담 등 4단계의 강도 높은 인성교육을 받는다. [사진 소망교도소]


이날 정오 ‘끼익’ 소리와 함께 소망교도소로 들어가는 철창문이 열렸다. 붉은색 벽돌로 지은 수용시설엔 ‘사람을 가두는 교도소에서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로’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메뉴는 오징어볶음과 어묵탕, 김치, 부추볶음과 수박. 160명까지 수용 가능한 식당에선 푸른색 수의를 차려입은 재소자 50여 명이 한창 식사 중이었다. 심동섭(54) 교도소장이 줄 서서 밥을 기다리던 재소자 김영수(가명·25)씨에게 말을 붙였다.



 “영수씨는 밥도 잘 먹고 해서 처음 들어올 때보다 살이 붙었네요. 보기 좋습니다.”



 감방에 앉아 밥을 먹는 풍경은 여기선 찾아볼 수 없다. 밥 짓는 사람, 밥 퍼 주는 사람도 재소자다. 직원들도 옆방에서 재소자들이 퍼 준 밥을 먹고 있었다. 재소자 박모(35)씨는 “감방에 밀어 넣어 주는 밥을 먹으면 냄새도 문제지만 사람 취급 못 받는 것 같아 서럽다”며 “여기선 밥도 양껏 먹을 수 있고 힘센 동료에게 뺏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편백나무 목재 가공공장에선 재소자들이 톱질에 여념이 없었다. 웃통을 걷어붙인 재소자들 사이에서 팔뚝에 문신을 한 김모(45)씨가 눈에 띄었다.



 김씨는 성폭력 혐의로 징역 5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국영 교도소에서 2년여를 복역했다고 한다. 그러다 교도소 게시판에서 소망교도소 재소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는 것이다. 경쟁률은 3대 1. 소망교도소 직원의 면접과 법무부 최종 허가를 거쳐 올 2월 입소했다. 2015년 10월 출소를 앞둔 그는 “반말이 아닌 존댓말로 제 이름을 불러 준 곳은 여기가 처음”이라며 “출소하면 사람 구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65%가 강력범인데 재범률 2.6%



더울 때는 죄수복 벗고 작업 소망교도소 재소자들이 푸른색 수의를 벗은 채 금속공예 작업장에서 용접을 하고 있다. 교도소에서 더운 날씨를 감안해 수의 대신 속옷 상의만 입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사진 소망교도소]


 소망교도소는 재소자들 사이에서 ‘밥 퍼 주는 교도소’로 통한다. 2010년 12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민영 교도소다. 아가페재단(기독교)이 300억원을 들여 세웠다. 현재까지 출소자는 228명. 이 중 재범을 저질러 형이 확정된 사람은 2명(재범률 2.6%)뿐이다. 국내 50개 국영 교도소(구치소)의 출소 5년 내 평균 재범률(62%)보다 크게 낮다. 그렇다고 모범수가 많은 게 아니다. 재소자 중 강력범 비율이 65%나 된다. 김무엘 교육교화과장은 “개소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의미 있는 성과”라며 “인성교육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소망교도소의 인성교육은 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입소 후 8개월 동안 꼬박 인성교육만 받는다. ①오리엔테이션(입소 전 격려, MBTI(성격유형검사) 통한 재소자 유형 파악, 새로운 다짐을 적어 타임캡슐에 묻는 과정)→②기초 인성교육(허브·파프리카·고추 등 씨 뿌리고 키우기, 음악치료)→③집중 인성교육(주로 피해자를 이해하고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명상·상담 등 교육과 성경 낭독)→④출소 전 적응교육(타임캡슐 열고 다짐 돌아보기, 멘토 지정, 출소 전 격려, 출소 2주 후 안부전화)이다. 교육 중엔 각종 작업도 열외다. 김 교화과장은 “교육 과정마다 민간인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도록 해 사회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 예산 61억원 … 국영의 90%



소망교도소의 연간 운용 예산은 61억원 수준. 국영의 90% 수준이다. 설계 당시부터 교도소를 십(十)자형으로 배치해 가운데에만 통제실을 뒀다. 근무인원을 줄이기 위해서다. 민간인 직원(114명) 외 무급 자원봉사자(151명)도 한몫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배정된 직원 식대(2100원)와 재소자 식대(1250원)가 다르지만 함께 식사하는 식으로 예산 절감을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종교 편향’ 논란에 대해선 “기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무부도 소망교도소에서의 실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올 하반기 중 소망교도소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을 국영 교도소에 도입한다.



여주=김기환 기자, 이가혁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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