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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살리는 미술 (상) 커뮤니티 아트의 승리, 나오시마

일본 가가와현 데시마(豊島). 이곳 데시마 미술관엔 없는 게 많다. 기둥도, 지붕도, 심지어 작품도 없다. 이 공간에선 뚫린 천장으로 비와 바람, 개구리와 풀벌레가 맘대로 들고 난다. 거기서 만나는 것은 자연의 일부인 나 자신이다. [사진 후쿠다케 재단]


미술은 쇠락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데도 적극 나선다. 이른바 ‘커뮤니티 아트(공동체 미술)’다. 가장 각광받는 사례 중 하나가 일본 가가와현(香川縣) 나오시마(直島)다. 그래서 다녀왔다. 나오시마와 인근 섬들이 뭉쳐 3년마다 열고 있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봤다. 하편에선 아이치현(愛知縣) 나고야(名古屋)를 중심으로 열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그 섬에 미술관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벽을 더듬어 겨우 들어가 앉았다. 내 손도 보이지 않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완벽한 어둠이다. 조금 기다리자 어슴푸레 보이기 시작했다. 이토록 절망적인 어둠 속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빛을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의 눈은 그렇게 한 줌의 빛만으로도 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인구 줄고 쇠락 … 예술섬 프로젝트 제안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의 ‘달의 뒤편’이다. 나오시마의 오랜 마을 절터에 있다. 작품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든 단층 목조 건물 미나미데라(南寺) 안에 설치돼 있다.



 미나미데라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간 눈의 잠재력만이 아니다. 쇠락한 마을의 버려진 절터도 이런 의미 있는 예술품이 될 수 있음을, 나아가 나오시마가 예술섬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일찌감치 그 잠재력을 눈여겨본 이들 덕분임을 보여준다.



  나오시마는 세토내해의 수많은 섬 중 하나다. 작은 무인도까지 합하면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곳이다. 나오시마엔 제조업·어업에 종사하는 15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1960년대 7800여명이던 섬 주민은 현재 3200여명에 불과하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첫 번째 인물은 미야케 치카즈쿠(三宅親連·1909∼99), 36년간 나오시마초(直島町)의 단체장을 지냈다. 그는 이 일대를 ‘깨끗하고, 건강하고, 편안한 정경’으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이를 ‘예술섬’이라는 구체적 성과로 이끈 것은 이 지역 출신 사업가 후쿠다케 소이치로(68) 베네세 홀딩스 대표다. 나오시마에 어린이 국제 캠핑장(89년 완공)을 만들기로 하고, 안도 다다오와 손잡았다. “좋은 곳이란 노인이 웃으며 살 수 있는 곳. 인생살이의 달인들이자 우리의 미래인 노인의 얼굴에서 웃음을 되찾자”는 게 후쿠다케 회장의 모토다.



 두 사람은 나오시마에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1992)과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2004), 이우환 미술관(2010) 등을 만들었다. 마을의 폐가에 예술을 들이는 ‘집 프로젝트’(1997∼)도 전개했다. 나오시마의 이같은 랜드마크들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모네의 ‘수련’이나 월터 드 마리아, 터렐 등의 대작이 있는 지추미술관은 언덕배기 땅 속에 있고, 이우환 미술관도 그리 크지 않다. 최고의 작품들을 공들여 모셨지만 ‘이 훌륭한 작품을 당신은 이해할 수 있는가’라며 방문객을 기 죽이는 곳이 아니다.



 인근 주민 고이즈미 나오코(56)는 “200년 묵은 집에서 성장해 오래된 집이 주는 쓸쓸함, 젊은이들이 더 이상 살고 싶어하지 않는 쇠락한 마을이 주는 느낌을 잘 안다. 곳곳에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 폐가에 예술을 들이는 프로젝트가 주민들에게 활기를 주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12개 섬 손잡고 3년마다 국제예술제



  나오시마에 이어 20세기 초 딱 10년간 가동하다 폐허가 된 구리 제련소가 있는 이누지마, 1970년대 산업폐기물 불법투기장이었던 데시마 역시 예술섬으로 변모했다. 모두 근대화의 과정에서 중앙에 수탈됐다 버려진 오지들이다.



 이 세 섬을 위시해 인근의 섬들도 예술의 가능성에 눈떴다. 2010년 한센인 요양소가 있는 오시마를 비롯해 세토내해 7개섬이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setouchi-artfest.jp)를 열었다. 18개국 75팀이 참여, 105일간 94만 명이 다녀갔다. 3년마다 이어 가기로 한 이 행사는 올해 ‘바다의 복권’을 주제로 12개 섬으로 확대됐다. 일본 국제교류기금 등의 후원으로 24개국 210팀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추진위원회의 후루사와 야스노리 부국장은 “제1회 예술제의 예산은 7억엔(약 79억원), 행사를 마친 뒤 지역 은행이 추정한 경제 효과는 11억엔(약 124억원)이었다. 올해 봄·여름·가을 세 시즌으로 나눠 열리는 행사 기간 108일 중 절반 가량이 지났는데 벌써 지난 회 총 방문객을 넘는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특별할 것도 없고, 눈에 띄는 랜드마크도 없으며, 그저 향수를 자극하는 무언가 사이사이에 예술이 숨어 있는 섬마을들의 조용한 반란이다.



가가와현=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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