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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1㎝ 깃털에 달린 '몸통' 패딩의 명운

한여름에 다운재킷 전쟁이 뜨겁다. 사진은 코오롱스포츠 ‘안타티카’로 다음 달 1일까지 79만원짜리를 70만원에 판다. [사진 코오롱스포츠]
한낮 기온이 여전히 30도를 훌쩍 웃도는 한여름이지만 의류매장엔 벌써 겨울옷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주인공은 단연 다운(패딩)재킷이다. 다운재킷은 아웃도어 업체들의 한 해 장사를 좌우하는 핵심 아이템이다. 한 해 의류 매출 중 가을·겨울옷 비중이 전체 60~65%인데, 이 중에서도 70%를 고가의 다운재킷이 차지한다. 불황에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패션업계에서 유독 없어서 못 파는 유일한 품목이기도 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다운재킷에 한 해 장사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한여름 패딩 전쟁 왜
지난해 처음 코트보다 많이 팔려
'고급' 거위털 물량 확보에 사활

 아웃도어 업체들은 이달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일제히 다운재킷 ‘선판매’에 돌입했다. 예년보다 물량을 늘리고, 예약판매 시기도 지난해보다 일주일~열흘 앞당겼다. 선판매란 올겨울에 나올 신제품을 여름에 미리 팔면서, 10~20% 정도를 깎아주는 판매방식이다. 지난해 팔고 남았던 재고를 파는 것과는 다르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아웃도어 업체들의 선판매는 이제 연례 행사로 굳어졌고, 해마다 물량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올해엔 중국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와 북유럽산 고급 다운 물량이 줄어드는 등 다운 원가 인상 요인이 있었다. 이에 대해 패션업체 관계자들은 “아웃도어 업계의 경우 이미 지난겨울 원재료를 모두 확보해놔 가격인상이 없지만, 추가 생산분은 5% 정도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선판매를 하는 이유는 뭘까. 다운재킷을 만드는 데는 아무리 빨라도 약 30~40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8월 중순부터 선판매에 들어가면 어떤 제품을 소비자가 선호하는지 파악해 이 제품들을 ‘리오더(추가 주문)’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한창 패딩이 많이 팔릴 시즌인 10월 말 소비자의 반응을 정확하게 예측해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LS네트웍스 손호영 마케팅 팀장은 “사실 선판매 기간 동안 팔리는 패딩은 전체 겨울 판매 물량의 5~10% 수준”이라면서도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정조준해 한창 시즌에 제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어 선판매가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다운재킷은 이제 아웃도어 업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눈이 많이 오고, 추운 겨울 날씨가 몇 년째 계속되면서 여성·남성복을 만드는 패션업체 사이에서도 패딩재킷이 한 해 장사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모피와 코트 대신 패딩재킷 여러 벌을 패션과 취향에 맞춰 사입는 소비자들이 늘면서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오브제·모그·데코 등 주요 여성복 브랜드가 겨울에 가장 많이 판 상품을 분석한 결과, 다운재킷이 코트·니트를 제치고 17개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코트와 다운재킷의 판매 비중도 2011년의 경우 6대4 정도였지만 지난해 겨울엔 4대6으로, 처음으로 다운재킷이 코트 판매 비중을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지난해 여성 정장 상품군의 경우 코트류는 준비 물량의 30%만 팔려나간 반면, 패딩재킷은 평년보다 10%포인트 이상 팔려 50% 안팎의 상품이 소진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트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연출이 가능하고, 패션성을 가미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다운재킷이 아웃도어 제품이 아닌 패션 제품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아웃도어는 물론 패션업체들도 올해 일제히 제작 물량을 늘렸다. 지난해 8만 장의 패딩코트를 만들고도 없어서 못 판 인동FN의 여성복 브랜드 쉬즈미스는 올해 발주 물량을 150%나 늘렸다. 인동FN 최정욱 마케팅실장은 “상품이 매장에 입고되기 1년 전 공장 비수기에 옷을 만들고, 재료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지난해 9만8000원부터 시작했던 다운 가격을 올해는 오히려 8만8000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빈폴 아웃도어는 45%, LG패션 헤지스는 20% 지난해보다 생산량을 늘렸다.



 이처럼 다운재킷이 큰 인기를 끌면서 원료인 우모(거위털·오리털)의 수입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우모의 80%를 수입해 아웃도어 업체와 패션업체 등에 공급하는 태평양물산 프라우덴 우모사업팀 민태홍 팀장은 “2009년 102만㎏이었던 수입량이 지난해 256만㎏으로 늘었고, 올 상반기 벌써 210만㎏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다운재킷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벼움과 보온성 때문이다. 이는 소재인 ‘깃털’의 특성에 연유한다. 부풀어 있는 미세한 털 가지 사이에 많은 공기를 함유하고 있어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다.



다운재킷은 크게 두 종류의 깃털로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이 보온력과 품질의 핵심인 ‘다운’으로 거위나 오리의 가슴 부위 털이다. 여기에 깃대가 들어있는 목털인 ‘페더’를 섞어 복원력을 더한다. 표시 함량의 ‘%’는 ‘가슴털인 다운이 전체 중 몇 %나 들어가는지’가 기준이다. 다운재킷의 원료는 보통 거위털과 오리털로 나뉜다. 몸집의 크기가 털의 크기를 결정하는데 거위가 오리보다 몸집이 커 다운 볼(가슴털 하나)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보온성 또한 더 뛰어나고, 더 고가다. 다운 볼의 크기는 하나당 보통 1㎝ 이하다. 다운 볼이 클수록 다운이 가지고 있는 가벼움·보온성·흡습방습성·복원력 등과 같은 장점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같은 필파워(복원력을 측정하는 기준)의 오리털 900g의 보온성은 거위털 700g의 보온성과 유사하다. 태평양물산 구스다운 침구전문브랜드 소프라움 김일모 부문장은 “품질 차이 외에 거위는 주로 소규모로 사육되고, 오리는 집단으로 사육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 차이의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통상 거위털(구스다운)이 오리털(덕다운) 가격의 약 2.6배에 달한다.





 남성 다운재킷 하나의 경우 대략 300g의 다운이 들어간다. 코오롱스포츠의 올해 대표 아이템인 헤스타이 남성 100사이즈에 들어가는 다운은 약 340g, 엉덩이를 덮는 긴 길이의 헤비 다운에 들어가는 다운 양은 약 425g이다. 다운이 거위 한 마리당 20g밖에 나오지 않으니 거위 21마리 분량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얇은 경량 다운의 경우 100사이즈 기준 약 156g의 다운이 들어있다.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다운재킷의 품질을 따져보려면 필파워 외에도 털이 새지 않게 다운프루프 가공을 했는지, 깃털의 원산지는 어디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시베리아 등 추운 지역일수록, 또 사육기간이 더 긴 ‘마더구스’일수록 깃털이 더 가볍고 따뜻하며 더 고가다.



 지난해 아웃도어 업체들이 필파워 숫자를 과장 표시하거나, 필파워가 높은 제품을 지나치게 고가에 내놔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필파워를 제품에 표시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설명만 해주는 제일모직 측은 “필파워는 다운의 품질 중 복원력이라는 한 가지를 측정하는 기준”이라며 “필파워 이외에 다른 요소들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필파워는 서서히 줄어든다.



 올해 유행할 다운재킷 제품의 키워드는 ‘헤비(두껍고), 롱(길고), 트리밍(덧댄)’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강추위와 잦은 눈으로 인한 학습효과다. 롯데백화점 여성패션 조성윤 CMD(선임 상품기획자)는 “올해도 강추위가 올 것으로 예상돼 업체들이 두꺼운 헤비다운 생산을 10~20%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여성의류의 다운패딩은 올해보다 길어진 형태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아웃도어와 달리 여성의류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두툼한 형태는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대신 길이를 늘려 기능성을 보완한 아이템들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용 다운패딩의 길이는 30인치가량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이보다 4인치 정도 더 길어져 엉덩이를 덮을 수 있는 34인치 상품의 출시가 늘어날 예정이다. 한편 심플한 디자인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포켓과 장식 등 디테일이 늘어난 스타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헤비’ ‘롱’과 함께 이번 시즌 다운재킷의 키워드로 ‘트리밍(trimming)’을 꼽을 수 있다. 매서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동물의 털을 덧대는 트리밍 방식은 수년간 다운패딩의 트렌드였다. 트리밍의 소재로는 밍크·토끼털·여우털 등이 일반적인데, 지난해엔 고급스러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머스크랫’(북미나 캐나다 등지의 물가에 서식하는 사향쥐)털이 트리밍의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역시 머스크랫으로 안감을 보완한 아이템이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며, 라쿤(너구리과의 포유류)의 털을 후드(모자) 부분에 두텁게 댄 ‘캐나다구스형’ 다운패딩 역시 이번 시즌 주요 아이템이 될 전망이다.



 색상도 단일 색상보다는 화려한 무늬를 넣은 다운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코오롱스포츠 의류기획팀 이대오 부장은 “특히 여성 롱다운의 경우 부분적으로 다른 소재를 덧대 캐주얼한 이미지를 한층 강조한 다운재킷이 유행할 조짐”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다운(down) 거위·오리 등의 가슴 부위에서 나는 솜털로 거위 한 마리당 약 20g의 소량만을 얻을 수 있다. 수많은 섬세한 원모로 이뤄져 있어 보온력의 주 원천이다.



페더(feather) 거위·오리 등의 목 부분에서 나는 깃털을 가리킨다. 다운에는 없는 깃대를 가지고 있어 다운에 비해 부드러움이 덜하지만 복원력이 뛰어나 제품을 적당히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함량 패딩 코트나 재킷 라벨의 %에 적힌 함량은 다운과 나머지 깃털을 섞는 비율을 말한다. 80%면 다운 함량 80%에 나머지 20%는 깃대를 지닌 페더나 다른 깃털을 섞은 것이다. 다운 함량이 높을수록 고급이 다.



필 파워(fill power) 다운의 탄성(압력을 견디는 힘)을 나타내는 지수다. 다운 1온스(28.35g)가 정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부푸는지를 측정해 표시한다. 필파워 600 이상이면 좋은 다운 , 850 이상이면 최고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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