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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평상심의 미소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이 그림은 송나라 때 고사를 바탕으로 그린 ‘진단타려도(陳<6476>墮驢圖)’다. 진단(872~989)은 당나라 말에서 송나라 초 벼슬길을 마다하고 은둔한 처사로 유명하다. 관상학·수상학을 집대성하고 조광윤이 천하를 평정하리라는 예언을 하였다. 훗날 조광윤이 송나라 태조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박장대소하며 기뻐하다가 나귀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공재 윤두서(1668~1715)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흰 당나귀를 타고 가다가 떨어지면서도 잔뜩 미소를 머금은 진단의 표정은 훌륭한 임금의 출현으로 앞으로 나라가 안정될 것에 큰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옆에 따르던 동자는 떨어지는 진단을 붙들려고 봇짐을 내던지고 황망히 뛰어드는 몸짓이 충직스럽고, 뒤에서 이 광경을 목격하고 측은한 듯 다정한 미소를 띠고 있는 젊은 나그네의 모습도 흥미롭다. 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이 정다운 광경은 은은한 마음의 감동을 자아낸다. 그림 왼쪽 위에는 글이 적혀 있는데, “희이 선생, 무슨 일로 갑자기 안장에서 떨어졌나, 취함도 아니요 졸음도 아니니 따로 기쁨이 있었다네. 협마영에 상서로움 드러나 참된 임금 나왔으니 이제부터 온 천하의 근심걱정 없으리라”. 희이(希夷)는 진단의 호이고 1715년에 숙종임금이 쓴 것으로 전해진다.



윤두서 ‘진단타려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낙마에 관한 우리 역사 속의 고전으로 고려 말 가정 이곡의 차마설(借馬說)을 함께 음미해볼 만하다. 부패가 만연한 시대에 경종을 울린 말을 빌려 탄 이야기다. 집이 가난해서 혹 빌려서 탈 때 여윈 말이면 조심하여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내려서 걸어가므로 낙상으로 후회하는 일이 적으나, 날쌔게 잘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의기양양하게 마구 달리다 오히려 낙상의 위험이 더 크다는 비유다. 생각하면 모두가 다 빌린 것인데 집착하고 다 자기 소유인 양하다가 낭패를 면치 못한다는 뜻이다.



 둘 다 말에서 떨어진 내용으로 비록 동기는 달라도 항상 평상심을 갖고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 현혹되지 않을 때 맑은 정기가 사회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역사가 주는 교훈의 메시지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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