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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사'가 필요한 감사원장의 퇴진 과정

양건 감사원장이 어제 논란 속에 물러났다. 그러나 그가 떠난 자리엔 더한 논란이 남았다. 그는 이임사에서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며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며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힘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했다.



 정권교체기에 신구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인상을 준 그이기에 뭔가 어색한 이임사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감사원의 독립성을 앞장서서 지켜내야 할 이가 그 아니었던가. 그가 버텼다면 감사원이 지금과 같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겠는가.



 이런 의문에도 양 전 원장의 입에서 나온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거나 ‘역류’ ‘외풍’이란 말의 무게감 또한 외면키 어렵다. 역대 원장에게선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토로’이기 때문이다. 이미 감사원이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과도하게 칼을 휘두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터 아닌가.



 사실 감사원은 정부 회계 집행의 적정성을 따지는 회계감사와 공무원의 위법·비위 사실을 따지는 직무감찰을 하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4대 강 사업을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고 판단한 데서 드러나듯 정치적 감사도 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감사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견이 분분했다는데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여권에선 이를 두고 “청와대 A수석이 감사원 B간부와 감사 방향을 협의했고 B간부가 청와대의 뜻을 감안해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양 전 원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말이 나온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쯤 되면 양 전 원장의 퇴진 과정 자체를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감사원장도, 감사원 고위직도 정치바람을 탔다고밖에 볼 수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쳐온 청와대도 감사원만은 ‘비정상적 상태’를 선호했고 말이다. 서글픈 우리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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