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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호의 시시각각] 두 쪽 낼 것은 하늘 말고도 많다

남윤호
논설위원
‘하늘이 두 쪽 나도 서울시는 무상보육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서울의 지하철·버스에 무수히 나붙은 광고 문구다. 돈이 없어 무상보육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지만 서울시가 어떻게든 굴러가게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원인 제공자는 쩨쩨하게 돈 안 보태주는 중앙정부, 즉 박근혜정부다. 이에 맞서 결연히 무상보육을 실천할 테니 시민들은 서울시 편을 들어 달라는 게 광고의 취지인 듯하다.



 서울시와 시의회에서 이에 동조하는 분들은 흔히 ‘서울시민의 혈세’를 들먹인다. 결정은 정부가 해놓고 왜 서울시민의 혈세를 마구 쓰느냐는 주장이다. 하기야 무상보육 예산의 80%를 서울시가, 나머지를 정부가 부담하니 불만이 나올 법도 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늘지 않게 하겠다던 정부의 지난해 약속도 깨진 판이니 더 그럴 것이다. 출퇴근하면서 본 광고판의 서울시와 서울시민은 온통 피해자다.



 그런데 따져 보자. 세금 내는 데 서울시민 따로, 전국 국민 따로 있나. 서울에 사는 국민이 곧 서울시민이다. 그들의 돈으로 하는 게 무상보육이다. 그 점에서 무상보육이란 결국 내 돈으로 하는 세금보육이요, 유료보육이다. 보육 혜택을 받는 이와 그 비용을 내는 이가 딱 일치하지 않을 뿐이다.



 그 돈을 중앙정부가 내든, 서울시가 부담하든 납세자에게 무슨 차이인가. 하늘이 두 쪽 난다느니, 반드시 지키겠다느니, 하는 말들은 납세자 앞에선 레토릭에 불과하다. 결국 내가 낸 세금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관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내가 낸 돈으로 서로 광 내려고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또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한 대립의 명분은 도대체 뭔가.



 국가 공무원이든, 지방 공무원이든 세금으로 먹고 산다는 점에선 같다. 그런데도 국민 세금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할 바엔 뭣 하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따로 두나. 적어도 공복(公僕)이라면 무상보육이 과연 효과적인 정책인지, 속속 드러나는 문제점의 개선방안은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진지함 없이 낯 두껍게 서로 삿대질을 해대고 있으니 누구의 지지를 얻겠나.



 정말 무상보육을 지키겠다면 하늘이 두 쪽 나기 전에도 할 일이 수두룩하다. 우선 그 말을 먼저 꺼낸 서울시는 조(兆) 단위의 경전철 사업을 먼저 두 쪽 낼 만하다.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수목원은 또 어떤가. 이도저도 어렵다면 시장 판공비·봉급이나 시 공무원 인건비는 왜 두 쪽 못 내나. 먼저 할 수 있는 일들은 놔둔 채 돈 타령을 하면 누가 진정성을 알아주겠나. 게다가 서울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재정 형편이 낫다. 그보다 어려운 다른 지자체들은 가만 있는데 서울시가 유독 삐딱하게 나오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것 아닌가.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역공약 사업을 확 구조조정하거나 ‘증세 없는 복지’라는 간판을 뜯어고칠 수도 있다. 무엇을 먼저 손볼지 생각할 때가 됐다. 이대로 질질 끌면 답이 안 나온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에서도 들린다.



 마지막으로 지방 공무원의 로열티랄까, 충성심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고위 관료의 상당수는 고시에 붙은 분들이다. 서울시 아닌 중앙부처에서 활약할 수도 있었던 분들이다. 이들 역시 상명하복 관계에서 살아야 하고, 출세도 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이 대립할 때가 문제다. 이때 지자체장과 한 배를 타는 게 과연 진정한 로열티인지 당사자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물론 이는 지금의 서울시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공무원의 궁극적 봉사 대상은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국민이다. 국민은 중앙 공무원과 지방 공무원을 구별하지 않는다. 이번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면 둘 다 세금 축내는 밥도둑쯤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무상보육, 아니 세금보육 문제로 정부와 일전을 벌이려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있다면 발밑을 잘 살펴볼 일이다.



남윤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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