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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모텔도 이젠 밝고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온라인에서 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SNS 시인’ 하상욱(32)의 시집 『서울 시』를 가끔 뒤적인다. 재미있다. 유머가 있고 촌철살인이 있고 진한 공감도 자아낸다. ‘백날 웃겨주면 뭐하나 / 맨날 울리는 놈한테 가겠지’라는 딱 두 줄짜리 시 앞에서, 설사 중년 나이라 해도 공감의 미소를 짓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늘 고마운 당신인데 / 바보처럼 짜증내요’(알람), ‘나한테 니가 / 해준 게 뭔데’(수수료), ‘내가 다른 걸까 / 내가 속은 걸까’(맛집)도 무릎을 치게 한다. 더 읽다 보면 ‘특별한 우리 아이들을 / 평범하게 만들기 위해 / 돈을 들이는 게 아닐까’ 같은 시도 나온다. 만만한 내공이 아니다.



 하상욱씨를 본떠 짧은 시를 하나 만들어 보았다. ‘알고 보니 / 잠자는 곳이 아니었네’다. 시 제목은? ‘모텔’이다. 왜 이 제목을 달았는지 짐작이 되실 것이다. 방방곡곡 밤마다 화려한 조명을 자랑하는 러브호텔 말이다. 순진한 부부가 하루 숙박하러 모텔을 찾았다가 시간제 손님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얘기, 이사 기간에 아이들과 모텔 신세를 지다 기겁한 주부 얘기가 요즘도 들린다.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콘라드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AHAF)에 구경 갔다가 호텔·모텔 같은 숙박업소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올해로 10회째인 AHAF는 서울과 홍콩에서 번갈아 열린다. 콘라드호텔은 3개 층을 미술품 전시장으로 내놓았는데, 방마다 국내외 작가의 작품들이 빼곡해서 객실을 순례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동산방 갤러리의 박우홍 대표가 “일반 아트페어와 달리 호텔 아트페어는 침실·거실에 전시하기 때문에 미술을 실생활처럼 접할 수 있고, 분위기도 훨씬 부드럽다”고 말한 그대로였다.



 꼭 콘라드 같은 특급호텔이라야 미술품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재작년 홍콩 예술축제(HKAF)에 갔을 때 묵은 호텔은 컨셉트가 초현실주의였다. 로비의 전시품도 쉬르레알리즘 계열이다. 할리우드·사파리 등 6개 주제별로 방들을 디자인했고, 호텔 바는 다다이즘 분위기에 맞추었다. 외국에서 맛보는 초현실주의 느낌이 신선했다.



 한국도 호텔은 물론, 중저가 모텔도 변신을 시도한 지 좀 되긴 했다. 몇몇 유명 브랜드 모텔도 생겨났다. 덕분에 ‘인숙이네 집’으로 상징되는, 추억도 아련한 축축한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났으나 아직은 멀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며칠 묵을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재미있고 가격 적당한 ‘쉼터 겸 놀이터’가 여전히 부족하다. 특급호텔에서 게스트하우스까지 용도·품질·가격대가 더 촘촘하고 다양했으면 한다. 방마다 컨셉트에 맞게 미술품도 전시하면 좋겠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을 넘기고 2000만 명을 넘보는 시대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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