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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에 떠는 기업 "손톱 가시 뽑다가 목에 비수"

#1. 오는 28일 대통령과 기업 총수의 만남을 앞둔 A그룹의 전략기획 담당 임원은 마음이 무겁다. 그는 “새로운 투자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 같은데, 상법 개정안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신규 투자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개정안대로 하면 경영권이 흔들릴 판이기 때문에 정부로, 국회로, 사방으로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손톱 밑 가시’를 몇 개 뽑고선 (대기업들의) 목에다 비수를 들이대는 격”이라고 말했다.



"3종 세트 의무화한 곳 세계에 없어"
집행임원제 땐 경영 효율성 악화
외국 투기자본 공격 길 터주는 셈
법무부 “경영 투명성 높이려 개정

 #2. 일본 소니는 1997년 5월 이사회는 감독을, 임원은 경영을 전담하는 집행임원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소니는 삼성전자에 뒤처져 10여 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에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전통적인 이사회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집행 임원이 이사회 결정에 관여하지 못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지배·경영 구조에는 정답이 없는데 상법 개정안은 집행임원제도 등이 정답인 것처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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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상법 개정안 ‘3종 세트’에 대한 기업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안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총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개정”이라고 밝혔다. 법 적용을 받게 될 기업들의 반발과 우려가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자 당초보다 수위는 다소 완화될 것이란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관련법 제정을 외치는 야당·시민단체 등의 압력도 만만치 않아 어떤 형태로 수정안이 나올진 여전히 안갯속이다. 3종 세트는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 제한, 집중투표제·집행임원제 의무화가 골자다.



 우선 개정안은 감사위원(이사 겸임)을 선출할 때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예컨대 (주)GS는 GS리테일 지분을 66% 보유하고 있지만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반면에 외국계 투자자는 지분 총액인 10.4%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6배의 지분을 갖고도 표 대결에선 ‘3대 10’으로 밀리게 되는 셈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국회에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새누리당·민주당 지분은 3%로 제한하고 군소정당 지분은 다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표를 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까지 의무화되면 외국 투기 자본은 이사 1명 정도는 뜻대로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사 7명 중 과반수(감사위원 이사 3명+일반 이사 1명)를 차지한 이들은 ‘집행 임원의 이사회 의장 겸임 금지’ 규정에 따라 이사회 의장까지 차지할 수 있다. 개별 제도를 기업 형편에 따라 도입한 기업은 있지만, ‘3종 세트’를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



 C그룹 관계자는 “총수 책임경영을 강화하라고 해서 지분을 늘리고 지주회사 체제로 바꿨는데 이제는 지분이 많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법 개정을 하려 한다” 고 말했다.



  재계는 경영권이 넘어가는 극단적 상황은 아니어도 개정안이 기업을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06년 경영권 방어를 위해 KT&G가 어쩔 수 없이 2조8000억원을 쓰게 만든 칼 아이칸의 지분율은 6.59%에 불과했다. 칼 아이칸은 1500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D그룹 관계자는 “투기자본을 대변하는 이사가 많아지면 단기 차익을 노린 경영으로 인해 소액주주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가 앞장서 ‘포퓰리즘 입법’을 하고 있다”며 “총수가 그룹의 흥망을 책임져야 하는 기업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집중투표=여러 명의 이사를 뽑을 때 이사 한 명에게 몰표를 줄 수 있는 제도. 예컨대 이사 4명을 뽑을 경우 한 주당 투표권을 4장씩 주고, 주주는 표 4장을 1명의 이사에게 몰아줄 수 있다. 표를 많이 받은 순으로 이사가 되기 때문에 4위 득표를 목표로 소액주주들이 연합하면 이사 한 명 정도는 원하는 대로 선임할 수 있다.



◆집행임원=사장·전무·상무처럼 실제 회사 경영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상법 개정안은 이런 집행임원은 이사회 의장을 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는 감독을, 집행임원은 경영만 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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