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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 올드 팥빙수, 1만원대 '눈꽃 빙수'를 녹여버리다

서울 안암동에 위치한 정만빙수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빙수 시장에서 생존에 성공했다. 1인분 2500원인 수제팥빙수(사진 앞)와 4000원인 녹차빙수. [김상선 기자]


곱게 간 얼음에 달콤한 연유를 뿌리고 잘 익힌 팥을 올린 팥빙수. 1994년 이후 ‘20년 만의 폭염’이라는 날씨 덕택에 빙수는 올여름 최고의 인기 먹거리 대열에 올라섰다. 그런데 빙수 한 그릇 가격이 웬만한 한 끼 식사 값이 돼버렸다. 5000~6000원대였던 빙수 가격이 ‘2인용’이라는 마케팅 전략 속에 은근슬쩍 1만원을 넘겼다. 강남·홍대 등 서울 주요 상권을 살펴보면 화려한 장식을 한껏 뽐내며 1만5000원이 넘는 가격에 파는 빙수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기의 골목상권, 강소상인에게 배우자 ⑬
서울 정만빙수 박정만 사장님 '프리미엄 빙수' 이긴 비결 뭡니까



 이 점에서 ‘정만빙수’는 다르다. 정만빙수는 1인분에 2500~4000원이다. 가게 규모도 20㎡(약 여섯 평) 수준이다. 위치도 불리해 고려대학교 뒤편 골목에서도 구석까지 가야 찾을 수 있다. 정만빙수 앞에 있는 커피전문점 여덟 곳에서도 모두 팥빙수를 판매한다. 하지만 정만빙수는 2010년 가게를 연 이후 고대 앞에서 가장 유명한 빙수집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빙수점들이 전부 폐점하는 가운데서도 생존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정만빙수는 팥빙수를 판매하는 디저트 프랜차이즈 가게 세 곳과 일반 빙수집 두 곳, 고대 앞 상권에 총 다섯 곳의 경쟁자가 있는 상태에서 개점했다. 살아남은 빙수 전문점은 가장 후발주자였던 정만빙수가 유일하다. 정만빙수 박정만(38) 사장은 그 비결로 ‘비용 최소화’를 들었다. 박 사장은 재료를 저렴하게 공수하기 위해 고대 근처 경동시장에 있는 도매점을 주로 이용한다. 여기서 ‘2500원 빙수’의 주 재료인 팥과 콩가루·떡 등을 들여오는 것이다. 박 사장은 “단골이라 성수기인 여름에도 20% 정도 할인을 받는다”고 말했다. 팥은 중국산과 국산을 1대 1로 섞는다. 박 사장은 “사실 빙수에 들어가는 팥은 어떻게 조리하는지가 더 중요하지 국산팥이든 중국팥이든 원산지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국산 팥만을 쓰면 비용이 30% 더 들어가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을 위해 과감히 중국산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팥 가격은 1인분당 1200원 정도 들어간다. 박 사장은 매일 아침 직접 팥을 끓인다. 여기에 연유 약 400원, 얼음 약 370원, 콩가루·떡 등 재료를 모두 더한 다음, 마진을 얹으면 2500원 빙수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만빙수에서 판매하는 팥빙수, 과일 빙수, 녹차 빙수 모두 소박하고 딱 들어갈 재료만 포함돼 있다.



 원가를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박 사장은 1회용 용기를 사용한다. 그릇을 씻기 위해 직원 한 명을 더 채용하는 것보다는 1회용 그릇을 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정만빙수는 테이크아웃(포장판매) 고객이 전체의 70% 정도다. 박 사장은 “고대 앞 자취생이 주고객이라 다른 빙수 가게들처럼 예쁜 그릇에 담아서 1만원 넘는 가격에 내놓으면 이 동네에서는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프리미엄 빙수를 파는데 그대로 맞불을 놔봐야 승산이 없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정만빙수는 학생들 사이에서 ‘情만’으로 불린다. 박정만 사장이 자신의 이름에서 따왔지만, 학생들은 정이 많아 ‘정만’일 거라고 생각한다. [안성식 기자]
요즘 빙수 시장에서는 ‘눈꽃 빙수(통얼음을 곱게 갈아서 눈가루 형태로 만든 빙수)’가 대세다. 마치 곱게 쌓인 눈처럼 생겼기 때문에 여대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이 때문에 신촌·홍대나 강남 등의 빙수가게에선 너도나도 눈꽃 빙수를 판매한다. 하지만 박 사장은 눈꽃 빙수 대신 투박하게 각얼음을 갈아 빙수를 만든다. 그는 “내가 생각하기에 빙수는 먹어서 시원하고 씹히는 맛이 있어야 한다”며 “눈꽃 빙수는 입자가 부드러운 대신 비비는 순간 녹아버리기 때문에 다른 재료와 어울리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각얼음을 직접 손으로 잘라서 중간 정도의 입자로 얼음을 간 다음,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팥빙수에 함께 내놓는다. 중간 정도의 얼음 입자를 아이스크림과 비볐을 때 부드럽게 엉겨 맛을 낸다는 게 박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사실 눈꽃 빙수용 얼음인 통얼음은 우리가 사용하는 각얼음보다 단가도 30% 정도 비싸다”며 “하지만 정만 스타일의 빙수를 좋아하는 고객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남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프랜차이즈 팥빙수 업체에 팀장으로 근무했다. 이 기간 젤라또 아이스크림 메뉴 개발을 담당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되풀이되자 “내가 직접 창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같은 직장에 다니던 부인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그는 “당시 구상에 그쳤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해보는 중”이라며 “혼자 이것저것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내 가게를 가진 게 참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만든 게 4000원짜리 오렌지 초코빙수다. 오렌지 시럽이 섞인 얼음 위에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얹고 다크 초콜릿을 녹여 끼얹는다. 딸기가 나는 봄·여름 철에는 생딸기를 넣은 딸기빙수를 팔고, 겨울에는 냉동딸기에 자몽원액을 써서 자몽딸기빙수를 만든다. 제철 과일을 활용한 창의적인 메뉴다.



고대 학생들 사이에서 ‘정만’은 ‘情만’으로 통한다. 박 사장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가게 이름을 정했지만, 학생들은 정이 많아 ‘정만’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 사장은 “결국 싸고 푸짐한 것만큼 큰 장점은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비싼 등록금에 갈수록 치솟는 주거비, 부담스러운 장바구니 물가로 고생하는 대학생들이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박리다매(상품가격을 저가로 한 다음 대량판매해서 이익을 보는 것)’ 전략을 편다. 특히 겨울철(12월~다음해 2월)에는 포장 주문을 하면 반값에 판다. 빙수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겨울철에 가격을 더 낮추는 전략이다. 덕분에 몇몇 학생들은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에 홍보를 해주기도 한다. 그는 개업 당시 다짐했던 약속 한 가지를 아직 지키고 있다. 빙수가격 2500원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만빙수는 여름 성수기에는 하루 250그릇까지 팔린다. 월평균 수익은 400만~500만원 수준이다. 박 사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만난 듯 빙수집들이 넘쳐나고 2인분으로 포장해 1만원을 넘는 가격을 받는 가게도 생겼지만, 낮은 가격에 맛있는 팥빙수를 제공하겠다는 개업 당시의 마음가짐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글=김영민 기자, 신혜진 인턴기자(고려대 4학년)


사진=김상선 기자, 안성식 기자



박정만 사장의 팥빙수 철학



▶“값은 싸고 양은 푸짐 . 기본이지만 고객감동의 핵심 .”



- 박 사장은 “돈을 번다는 건 사람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그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 유행을 좇기보다는 틈새시장을 찾아라.”



- 요즘 빙수시장의 트렌드인 눈꽃빙수를 만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Simple but Creative(간단하지만 창조적으로).”



-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초코오렌지 빙수라 면서. 박 사장은 “ 창의적인 제품은 이미 존재하는 상품에 다른 포맷을 접목시켜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멋보다 원재료에 충실 … "어릴 적 먹던 그 맛에 양도 많네" 고객 감동

SERI가 본 성공 포인트는




정만빙수는 유명 맛집도 아니다. 방송을 탄 적도 없다. 겉보기에는 그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평범한 가게다. 하지만 주위 대형 프랜차이즈 빙수 전문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수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 가고 있다. 비결은 바로 ‘생존부등식’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V(가치)>P(가격)>C(원가)’. 기업 생존부등식이다. 고객은 제품의 가치가 가격보다 높아야 구매를 하고, 이 가격이 생산 원가보다 높아야 기업도 이익을 내고 사업을 이어 갈 수 있다. 박정만 사장은 무엇보다 ‘P>C’에 주력했다.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들의 얇은 지갑 사정을 고려해 팥빙수 가격을 2500원에 맞췄다. 대신 비용을 확 줄였다. 이른바 ‘박리다매’ 전략이다. 가게는 면적도 작고 인테리어 역시 소박하다. 메뉴도 빙수 종류뿐이다. 더구나 화려한 토핑이 올라간 빙수가 아니라 원재료에 충실한 단순한 빙수를 추구했다. 재료는 인근 경동시장을 통해 싸게 조달했다. 유리그릇 대신 일회용 그릇을 사용해서 설거지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줄였다. 이렇게 비용 거품을 걷어내고 저렴한 가격을 실현했다.



 저렴한 가격을 실현하자 ‘V>P’를 충족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쾌적하고 고급스럽지 않아도, 멋진 그릇이나 푹신한 소파가 없어도 빙수 그 자체에 충실함으로써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양이 푸짐하고 맛있다” “어릴 적 먹던 팥빙수 맛이다” 같은 고객 반응 속에서 정만빙수가 손님에게 주는 가치가 잘 드러난다.



 작은 가게는 상대적으로 자본이 덜 소요되기 때문에 창업하기는 쉽지만 수성이 어렵다. 동종 업종의 대형 가게를 어설프게 흉내만 냈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정만빙수는 작고 평범한 가게라도 사업의 기본기에 충실하면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 기본기가 중요하다.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면 가장 먼저 ‘V>P>C’의 관점에서 사업 전반을 점검해보자.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중앙일보·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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