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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지역을 관통하는 고통 우리를 숨쉬게 하는 순간 …

조해진 작가는 이번 단편에서 카메라로 빛을 채집하는 순간을 인상적으로 포착했다. 소설 속 권은은 그 빛의 순간에 기대 고통을 이겨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빛의 호위’를 읽고 있으면 “단편소설은 이렇게 쓰는 거야”라는 낮은 탄식이 번져 나온다. 이야기는 한 톨도 버릴 것 없이 꽉 짜여 내달리는데, 깊고 섬세한 문장 때문에 읽는 내내 숨을 고르게 만든다. 예심위원들은 이 소설을 본심에 만장일치로 올리면서 “밀도와 균형이 돋보인다. 상당히 공들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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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조해진 '빛의 호위'



 조해진(37) 작가는 현재 문단에서 김미월·염승숙·황정은 등 일군의 젊은 소설가와 함께 차세대 작가로 분류된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 작가는 그가 부려낸 인물처럼 차분하고 신중한 모습이었다.



 “제 성격 탓도 있지만 소설에서는 더 냉정하게 인물과 거리를 두려고 해요. 그런데 ‘빛의 호위’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해서 인물을 자유롭게 두지 못했거든요. 심사위원들이 좋게 봐주셨다니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웃음)



  소설은 과거의 유럽과 현재의 한국을 오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피해 지하창고에서 3년 간 숨어 지낸 한 유대인 여성과 어린 시절 가족 해체로 단칸방에 방치됐던 사진가 권은의 이야기가 큰 줄기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개의 이야기는 영화의 플래시백처럼 교차하면서 일전에 본 적 없는 묘한 화학작용을 불러 일으킨다.



  “시간 순으로 끌고 가는 것보다 두 이야기를 접목하는 서술방식을 좋아해요. 이번엔 다른 시공간에 있는 인물들의 유대, 연결 혹은 영원성에 대해 써보고 싶었어요. 전쟁은 인류가 만든 가장 참혹한 역사지만, 어둠 속에 방치된 어린 아이의 고통도 전쟁과 비슷한 무게라고 생각했거든요.”



  조 작가는 전작에서도 줄곧 타인의 고통에 주목해왔다. 오창은 문학평론가는 “연민의 감정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 끊임없이 감각하려는 작가적 솔직함은 평가받아야 한다. 시스템 속에서 연민을 소모하는 우리가 어떻게 진정성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문제의식은 한국에 머물지 않고 전지구적으로 뻗어나간다. 유대인 학살이 동시대 우리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그렇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고통 속에서 인간을 숨쉬게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어두컴컴한 방에 웅크리고 있던 소녀는 화자인 ‘나’로부터 필름 카메라를 선물받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훗날 사진가가 되는 소녀는 ‘셔터를 누를 때 세상의 모든 구석에서 빛 무더기가 흘러나와 피사체를 감싸주는 그 마술적인 순간’을 사랑하게 된다. 한때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유대인 여성도 지하창고에서 악기상점의 불빛을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빛의 호위’에서 빛은 어느 순간에 대한 이야기예요.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하고, 이끌어 가는 것은 그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빛이 사라지고 난 뒤에 더 쓸쓸해지더라도 그 순간 때문에 살아가는 것 같아요.”



 작가 역시도 빛의 호위를 받는 순간이 있었다. “저는 그렇게 알려진 작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뜻밖의 공간에서 제 소설을 읽은 독자를 만날 때가 제게는 그런 순간이에요.”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해진=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등단.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장편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신동엽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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