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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코난 도일, 추리작가로 가둘 수 없는 이유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1859~1930)의 이야기 솜씨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셜록 홈즈와 왓슨을 그린 영국 작가 시드니 파젯의 삽화(왼쪽)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홈즈 동상. [중앙포토]


코난 도일을 읽는 밤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 을유문화사

276쪽, 1만3000원




제목이 시사하듯 넓은 의미의 서평집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를 낳은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사진)을 다뤘다. 하지만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선다. 작가론이자 개인적 추억을 담은 독서에세이이며, 창작론으로도 읽히는 묘한 읽을거리다.



 쉽고도 어려운 게 서평(書評) 쓰기다. 추어주기만 하는 ‘주례사 비평’은 쉽다.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감상을 끼적이는 것 역시 간단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서평을 쓰기란 쉽지 않다. 책의 가치를 저울질하고, 책 읽기를 올바로 안내하는 글을 쓰려면 꼼꼼히 읽어야 할 뿐 아니라 관련 분야의 지식도 갖춰야 한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에 30년이 넘도록 서평을 써온 마이클 더다는 그런 점에서 성공한 서평가라 할 수 있다. 서평집으로 퓰리처상을 받았고, 이 책으론 미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에드거 상의 비평부문에서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오픈북』 『북 by 북』 『고전읽기의 즐거움』 세 권의 서평집이 번역됐을 정도로, 서평가로선 이례적 대접을 받고 있다.



 우선 추리소설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것은 코난 도일에 관한 설명이겠다. 그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의사로서 ‘평균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은 대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권투·크리켓·스키 등에 능한 스포츠광이었고, 1887년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중편 『주홍색 연구』를 낸 뒤에도 1889년 『마이커 클라크』를 통해 역사소설가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뜻밖이다.



 홈즈 시리즈의 계보를 정리해주는 등 코난 도일의 다양한 문학세계를 안내하는 것은 이 책의 당연한 미덕이겠다. 조지 에드워드 챌린저 교수가 등장하는 과학소설 『잃어버린 세계』는 많이 알려졌지만 『독가스대』나 모험소설 ‘제라르 시리즈’, 역사소설 『백색용병단』 등까지 소개해 장르소설 팬들의 눈길을 끈다.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는 지은이는 셜록 홈즈 시리즈가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가 아니라 도덕에 관한 소설이라고 정리한다. “홈즈는 위선 앞에 결코 머리 숙이지 않았고 옳다고 믿는 바를 언제나 행하며, 고통받고 절망한 이들을 구하기 위해 믿음직스럽게 행동하는” 기사도적 이상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곧잘 경구(警句)에 가까운, 신비스럽게 매력적인 1인칭 산문을 통해 시적으로 표현했다고 감탄한다.



 “화살이 쉭쉭거리며 날아가는 예리한 소리 때문에 주변 공기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흔들리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 무더기처럼 갑판 위로 후드득 내리 꽂히는 화살 소리가 들렸다.” 지은이가 천재적인 문재(文才)로 든 구절이다.



 그렇다고 마냥 상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세계』에는 배신자 혼혈아, 충성스런 흑인 하인 등 인종적 편견이 드러나고, 말년에 쓴 『요정의 도래』에선 작가가 날개 달린 조그만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옹호했다는 등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그렇다.



 무엇보다 셜록 홈즈 팬들에겐 코난 도일의 문학관이 충격적이지 싶다. 1910년 한 잡지 기고에서 “최고의 문학이란 독서 이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뜻한다. 셜록 홈즈를 읽은 사람은 물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만 아주 높은 차원에서 예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은 없다…내 기준으로 보면 셜록 홈즈는 절대로 고귀한 문학이 될 수 없다. 다른 탐정소설들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니 말이다.



 초등학생 때 『바스커빌 가문의 개』로 홈즈를 접한 이래 홈즈의 열광적인 팬들 모임인 ‘베이커 가 특공대’에서 강연을 하기까지 지은이의 개인적 경험에 녹여낸 ‘코난 도일 론’은 흥미롭다. 여기에 도일 본인이 가장 간직하고 싶은 작품들을 모았다는 『옛날 옛적 이야기』와 『도시 너머』 등 작품성이 뛰어나면서도 잊혀진 도일의 작품 네 편을 들춰내는 내공에 이르면 감탄이 나온다. 셜록 홈즈 소설의 모티브인 단짝 왓슨 박사의 한마디 “도대체 어떻게 아셨지요”가 떠오를 정도로.



 ※사족:도일의 유쾌한 자전적 에세이 『기억과 모험』에는 도일의 처남이자 작가인 E W 호넝이 골프에 질색하는 이유가 나오는데 걸작이다. “앉아 있는 공을 때리는 건 전혀 스포츠맨답지 못하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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