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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피아니스트는 악보를 외워서 연주할까

그가 사랑한 클래식

요하임 카이저 지음

홍은정 옮김, 문예중앙

280쪽, 1만4000원




어째서 슈베르트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지 않았을까. 피아니스트는 악보를 모두 암기해서 연주해야만 하나. 작곡가의 미완성 작품을 후대가 완성해도 되는가. 음악이 꼭 감동적이어야 할까.



 시원스런 답을 찾지 못했던 고전음악(classical music)에 관한 몇 가지 의문이다. 독일의 음악비평가 요하임 카이저(85)는 쥐트도이체 차이퉁(남독일 신문) 편집부에 날아든 독자들의 이런 질문에 하나하나 영상을 찍어 그의 블로그(sz-magazin.sueddeutsche.de/blogs/kaiser)에 올렸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비디오 칼럼 ‘카이저의 클래식 수업’이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두 장짜리 오디오북으로 나온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친구처럼, 할아버지처럼 나직하면서도 풍부한 울림의 목소리로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을 우주처럼 품어 안는 카이저는 그 이름 그대로 ‘음악황제’의 풍모를 풍긴다.



 슈베르트는 열일곱에 이미 천재로 떠받들어졌지만 오스트리아 빈의 공식적인 상류사회 서클에는 끼지 못했다. 귀족들을 위한 고급문화 무대에 초청받던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와 달리 슈베르트는 빈의 하위 문화권에 머물렀으니 자신을 반주해줄 값비싼 오케스트라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술집이나 집에서 지인들과 어울리며 그가 작곡한 노래들을 부르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모든 걸 다 외워서 연주하는 걸 실력으로 보아야 하나. 리스트는 악보 외우는 일이 절대 불가능했고, 브람스는 한 번도 악보를 연주회장에 들고 간 적이 없었다는데. 카이저의 결론은 “악보에게 도움을 청하라!”다. 연주자들이 음표를 무시하며 기교에 빠져들지 않고 악보 그대로 정확히 연주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도 악보는 있어야 한다.



 구스타프 말러의 10번 교향곡은 첫 번째 악장만 남아있는데 이를 보완하거나 완성해도 되는 걸까. 이는 작곡가를 영혼 없는 기계로 깎아 내리는 짓이다. 있지도 않았던 것이 재구성 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카이저는 형용사 ‘감동적인’을 자신의 언어 창고에서 가장 즐겨 쓰는 단어라고 털어놓는다. 음악은 마음을 뒤흔들어야 한다. ‘감동적인’이라는 단어를 그가 많이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이제 그 말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위대한 음악은 늘 스스로 움직이며 무언가 감동적인 것을 담아낸다.



 한 독자가 물었다. ‘음악비평가는 도대체 왜 필요한가.’ 이 책이 답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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