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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일본 잃어버린 20년처럼 …

8년차 은행원인 김상경(36·가명)씨가 마지막으로 소개팅을 한 것은 5년도 전의 일이다. 그는 “연애다운 연애를 한 것도 10년은 된 듯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주요 관심사가 주중에는 맛집, 주말엔 (취미인) 무선 조종 자동차”라고 덧붙였다.



미혼 남성 43% "난 초식남" 여성 34% "난 육식녀"
현대경제연구원 1015명 설문

 대기업에 다니는 이찬규(31·가명) 대리 역시 결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대학 입학 때부터 12년째 홀로 사는 그는 “일에 지쳐 사는 데다, 애완견인 ‘까미’와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 대리는 “혼자 사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억지로 가정을 꾸릴 정도로 불편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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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연애에 소극적이고 온순·수동적인 성격의 ‘초식남’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드라마에나 나오는 ‘별종 캐릭터’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15명을 설문 조사해 21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 남성 절반 가까이(43.1%)가 ‘초식남 성향이 있다’고 답했다. 초식남 비중 70%를 넘어선 일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초식남이 1980년대에 등장한 것을 감안하면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여성들은 연애와 사회 교류에 적극적인 ‘육식녀’로 성장하고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미혼 여성 10명 중 3명 이상(33.8%)이 ‘육식녀 성향’이라고 답했다. 일본(37.7%)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초식남·육식녀가 본격 등장한 전철을 한국이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20~30대 젊은 층이 초식남과 육식녀 성향을 띠는 것은 경제 환경과 연관이 있다. 자신을 초식남 성향이 있다고 밝힌 남성 가운데 40.1%는 ‘일과 업무에 지쳐서’라고 이유를 꼽았다. 그 다음이 ‘연애보다 자신에 대한 투자가 좋아서’(32.6%),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6.8%) 순이었다. 교육과 취업에서 무한 경쟁을 벌이느라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육식녀들은 ‘여자가 남자를 이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59.5%)와 ‘나에 대한 높아진 자신감’(34.2%)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경제·심리적으로 자신감이 붙었다는 해석이다.



 초식남·육식녀가 늘어나면서 결혼은 점점 어려워진다. 일반인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성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에 비해 초식남·육식녀는 ‘직업·연봉’을 먼저 고려한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일반 남성이 결혼을 꺼리는 이유는 ‘자금 마련 때문’이지만 이들은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어서’다. 현대경제연구원 장후석 연구위원은 “일본에서는 초식남·육식녀가 등장한 이후 30년 새에 초혼 연령(남성 30.5세, 여성 28.8세)이 3년 이상씩 늦어졌다”며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잠재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정확한 실태 파악과 신혼 지원 등 정부 차원의 ‘탈(脫)초식남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서울대 곽금주(심리학) 교수는 “대부분 한 자녀로 자라면서 생긴 과잉보호 문제와 취직에 대한 부담, 위축된 사회적 입지까지 겹쳐 초식남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남성들에게 경제력과 무한경쟁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재·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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