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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우렁이·사슴벌레 … 벽화에 쌀아지매 마을이 웃네요

섭씨 40도 가까운 땡볕 골목길에서 김진솔 회장(아랫줄 가운데) 등 HOP 단원들이 벽화작업을 잠시 멈추고 포즈를 취했다.


“저 허수아비 인물 나는 것 봐라. 학생들이 멀리서 와서 저래 고생하는데, 얼마나 이쁘노.”

고려대 봉사동아리 HOP
농촌 벽화그리기 재능 기부



 지난 9일 경북 예천 가곡리 쌀아지매 마을. 마을주민 김찬규(87)씨가 웃으며 말했다. 섭씨 40도. 그냥 서있기도 힘든 한여름 땡볕 골목길에서 고려대 봉사동아리 HOP 소속 학생 10여 명이 농촌지역 마을 벽화그리기에 한창이었다. 마을입구부터 마을 회관까지 일곱 집. 담장 길이만 수십m는 족히 돼 보였다. 얼굴과 옷엔 페인트 자국이 남아 엉망이었지만, 학생들은 신나게 일을 계속 했다. 잿빛 담장은 반나절이 지나면서 벼와 풋고추가 익어가는 전원풍경의 일부가 됐다.



 HOP는 생긴 지 1년도 안 된 신생 동아리다. 벽화그리기는 이제 겨우 4번째. HOP 회장 김진솔(21·여·고려대 심리학과 3학년)씨는 “벽화그리기는 흔하기도 하고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흉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에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벽화그리기 재능기부를 하시는 화가들의 도움도 많이 받고, 마을의 특산물·콘셉트 등을 알아본 뒤 주민들과도 협의했다”며 “가장 크게 고려한 건 마을 주민들이 마음에 들어할지 여부였다”고 한다.



 이씨의 말대로 학생들을 인솔하는 화가 박현(52)씨는 2주일 전 미리 내려와 남기호(54) 이장과 무엇을 그릴지 상의했다. 70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벼농사만 지어 그리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 마을이라 그림 주제가 될 게 뭐가 있을까 싶었지만 대화를 하다보니 해답이 나왔다. 마을 주민 모두가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점과 매년 2000~3000여 명이 찾는 체험학습 마을이란 사실을 벽화에 녹여보기로 했다. 벼·우렁이·논·사슴벌레 등의 이미지를 벽화에 담기까지 이런 과정을 겪었다.



 그림이 하나둘 완성되자 마을 주민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학생들이 더울까봐 뜨거운 아스팔트에 물을 뿌리며 응원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남기호 이장도 학생들이 마실 물을 손수 날랐다. 남 이장은 “ 친환경체험마을 이미지에 알맞게 마을이 훨씬 보기 좋아졌다”고 했다. 학생들도 “그림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 방학 때마다 벽화그리기 봉사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강진 출신인 조성용(19·고려대 인문학부 1학년)씨는 “마을 이 고향과 비슷해 집 생각이 많이 났다. 다음엔 고향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HOP는 대학생 동아리라 정보가 부족했지만 ‘스마일재능뱅크’(www.smilebank.kr)를 통해 기부가 필요한 마을은 물론 재능기부를 도와줄 전문가를 섭외할 수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는 재능기부 매칭 프로그램 스마일재능뱅크를 통해 현재 약 3만5000명의 기부자들이 1144개 농·어촌 마을에서 재능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예천=글·사진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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