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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증 위조해 드립니다" 사기 판치는 네이버·다음

주민등록증과 대학 성적증명서 같은 각종 공·사 문서를 위조해 주겠다는 업자들이 인터넷에서 활개치고 있다. 대형 검색 포털에서 ‘ 위조’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각종 증명서를 위조·변조해 주겠다는 블로그·카페·웹문서가 화면에 주르륵 뜰 정도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범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키워드 입력하면 사이트 주르륵
대부분 돈만 받고 잠적해버려
방통위 올 들어 1499건 삭제 지시

 중앙일보는 이달 초 인터넷 문서 사기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위조를 해주겠다는 곳을 검색한 뒤 10곳을 실제 접촉했다. ‘운전면허증 위조’나 ‘토익성적표 위조’ 등을 검색어로 입력하자 네이버는 50여 건, 다음은 300여 건 정도의 블로그·카페·웹문서 목록이 떴다. 들어가 보니 각종 신분증은 물론 생활기록부·수능성적표·토익성적표·진단서·처방전 등 30여 가지를 위조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가격은 적시하지 않았다. 어디는 ‘서로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해놨다. 경찰에 걸리지 않는 방법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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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는 접촉 전화를 적어놨으나 대부분 1차 접촉 방식은 e메일이었다. 그것도 마이크로소프트 핫메일(hotmail.com) 같은 외국 계정 일색이었다. 그중 10곳을 골라 신분증이나 자격증 위조 가능 여부를 묻는 e메일을 보냈다. 발송 10분도 되지 않아 모두 회신이 왔다. 업자들은 이후 e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가격을 불렀다. 여권 200만원,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50만~100만원, 공무원증 60만~80만원, 졸업·성적 증명서 40만~50만원 등이었다.



 어느 정도 얘기가 진행되자 몇몇은 휴대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잠시 후 걸려온 전화는 국제도 국내도 아닌 정체불명 번호였다. 그중 한 업자는 “왜 여기저기 의뢰를 하느냐, 장난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기자는 “수십만원을 써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여기저기 알아봐야 할 것 아니냐”라고 답한 뒤 “여러 곳 접촉한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다른 업자 중에 내 밑에서 기술을 배운 사람이 많아 어려운 의뢰가 오면 내게 연락이 온다”고 했다. “위조를 해주겠다”는 업자들이 상당히 조직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곳에 가짜 인적사항과 사진을 주며 주민등록증 제조를 의뢰했다. 100만원을 요구했지만 흥정 끝에 50만원으로 깎았다. 30분 뒤 위조 주민증 사진 파일이 왔다. 그러면서 “실물을 받으려면 돈을 보내라”고 했다. 송금할 국내 대형 시중은행 계좌번호도 알려줬다. 이어 “서울이면 당일, 지방은 하루 뒤에 택배로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민증은 오지 않았고, 더 이상 e메일 연락도 되지 않았다. 사기였던 것이다.



 경찰은 인터넷을 통해 각종 공·사 문서를 위조해 주겠다고 하는 것이 이처럼 돈을 받고 튀는 사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에는 이런 사기 혐의로 중국동포인 주모(39)씨가 검거됐다. 그는 70여 명에게서 1인당 20만~100만원씩, 총 3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문서위조 사기범들이 타깃으로 삼는 것은 대부분 취업이 절박한 청년 구직자들인 것으로 보인다. 채용에 수도 없이 낙방한 끝에 ‘좋은 학교 나왔다고 해볼까, 성적이 더 좋다고 꾸며볼까’ 하는 유혹에 빠지는 이들이다. 심지어 경찰에 붙잡힌 주씨는 위조 졸업증명서 등을 요청한 이들에게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기까지 했다. 사기범들은 위조 요청자가 경찰에 신고하기 힘들다는 점도 노리고 있다.



 증명서 위·변조 범죄자들은 대형 인터넷 포털을 통해 미끼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포털의 대응은 느슨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검색을 통해 ‘위·변조를 해주겠다’는 내용을 발견해서는 포털에 삭제 등 조치를 하라고 지시한 건수가 쑥쑥 늘었다. 2011년 한 해 864건이던 것이 올 들어서는 7월 말까지만 해도 1499건이 됐을 정도다. 네이버와 다음은 중앙일보가 문제점을 취재하자 16일께부터 ‘증명서 위조’ 키워드 검색을 차단했다. 그러나 그냥 ‘위조’로 검색을 하면 여전히 범죄 유혹 사이트가 수십 건 이상 뜨고 있다.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동근 교수는 “정보 검색을 독과점하는 공룡 포털은 범죄 안내 사이트 접속을 막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접속 차단 인력이 포털 업체에 상시 근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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