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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을 잊어버렸나 … 집값, 공식이 무너졌다

10월 직장 출퇴근 문제로 이사해야 하는 김철민(38·서울 불광동)씨. 아파트 전셋집을 알아보다 고민에 빠졌다.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큰 차이가 없어 아예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년마다 크게 오르는 전셋값을 마련하기도 벅차다. 김씨가 둘러본 전용 59㎡형 전셋집들의 보증금이 2억5000만원 정도였는데 여기다 5000만~7000만원을 보태면 매입할 수 있다.



거래량·전셋값 치솟아도 계속 하락
서울 아파트값 대마불사도 옛말
전체 2.3% 내릴 때 대단지는 9.1%↓
더 떨어질까 불안감에 구입 기피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는 김씨에게 회사 선배는 매수를 권한다. 그 선배는 10여 년 전 전셋값이 많이 오르며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좁혀졌을 때 샀는데, 그 뒤 집값이 많이 올라 재미를 봤다고 했다. 김씨는 “선배의 말이 솔깃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집값이 많이 오를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여 구입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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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을 가늠할 수 있는 주택시장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한때 널리 통용돼온 상식들이 요즘은 잘 통하지 않는다. 집값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주택시장의 체질이 달라져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만성병을 앓는 환자의 몸이 달라지듯 주택시장의 패턴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비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 60%’. 전세비율 60%가 집값이 오르는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 전세비율이 60%를 넘어선 2000년부터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03년까지 연평균 14%의 급등세를 보였다. 당초 전세를 구하던 사람들이 돈을 조금 더 보태 집을 사기로 하면서 매매수요도 확 늘어났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40% 밑으로까지 떨어졌던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 58.3%까지 올라 60%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2년 11월(58.3%) 이후 최고치다. 집값은 뒷걸음치는데 전셋값이 뛰어 전세비율이 빠르게 높아진 것이다. 2008년 말 이후 지난달까지 매매가격이 6.9% 내렸지만 전셋값은 34.9% 급등했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72㎡형 아파트의 경우 올 들어 집값은 조금 떨어진 2억3000만원 선인데 전셋값은 1500만원가량 오른 1억8000만원으로 전세비율이 78%다. 광명 로얄공인 조대성 사장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보다 더 내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더 커 수요자들이 매매를 기피한다”고 말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 바둑판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에서도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입지여건이 좋은 대단지 인기 아파트는 집값 약세기에 강해 덜 내린다는 이전의 믿음과 달리 이제는 오히려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2.3% 내렸는데, KB국민은행이 선정한 최고가 아파트 50개 단지는 같은 기간 9.1%나 하락했다. 3002가구의 대단지인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4㎡는 2008년 말 19억원에서 현재 15억원으로 20% 넘게 내렸다. 6000가구에 가까운 서울 잠실동 엘스 전용 119㎡형도 금융위기 이후 2011년 초반까진 14억원에서 15억원까지 회복됐다가 지금은 12억5000만원 선으로 뚝 떨어졌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인기 대단지의 경우 처음에는 약세를 버텨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매물이 늘면서 하락폭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거래 증가=가격 상승’. 거래량 증가는 자연히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2006년 하반기 6개월 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상반기보다 61% 늘어났을 때 아파트 값은 13.8% 뛰었다. 2008년 상반기 36.3% 증가했을 때도 가격은 5.9%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보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서는 40.6% 급증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1.3% 내렸다. 거래량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서울 잠실동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그동안 쌓여 있던 급매물 거래만 늘다 보니 가격 상승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급매물이 빠진 뒤 이보다 더 비싼 매물을 구입하는 추가 매수가 일어나지 않아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타면 지금은 맥을 못 추는 이들 공식이 다시 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지대 권대중(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의 체력이 약한 상황에서는 웬만한 자극에도 집값이 꿈틀대지 않지만 시장의 원기가 회복된 뒤에는 거래량 등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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