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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해외 반출하면 처벌' 50년 전 가시에 창조경제 발목

#평균 나이 76세 ‘할배’들의 유럽 배낭여행을 다룬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주소 하나 달랑 주고 프랑스 민박집을 찾으라는 제작진의 요구에, 할배들의 짐꾼이자 가이드를 자처한 탤런트 이서진은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동서남북을 가늠하기도 힘든 파리 외곽에서 스마트폰 지도만 보고 따라갔더니, 정말 찾으려는 민박집이 나왔다.



[이슈추적] 국내 벤처, 해외 진출 막는 '지도 쇄국정책'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다 지난달 한국에 들어온 재미교포 에디 리(27)씨. 한동안은 약속에 늦기 일쑤였다. 미국에서 문제없이 사용하던 스마트폰 지도가 유독 한국에서는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장소를 입력하면 번번이 ‘경로를 찾을 수 없음’이라고 떴다”며 “할 수 없이 최근 다음 지도를 내려받았지만 한글이 익숙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구글어스와 결합 땐 안보 위험”



 프랑스 시골 민박집도 찾아내는 지도가 왜 한국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는 무용지물일까. 사연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1년 제정된 측량법(현행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에선 지도의 국외 반출을 금지했다. 정밀한 지도는 적에게 중요 시설물의 위치를 그대로 노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던 시절 얘기다. 이 법은 몇 번의 개정을 거쳤지만, 지도의 국외 반출 금지 규정은 살아남았다. ‘국토해양부 장관의 허가 없이 기본측량성과 중 지도 등 또는 측량용 사진을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16조1항)는 조문이다. 이를 어길 경우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 조항이 지도 데이터를 담은 서버를 해외에 두면 안 된다는 식으로 적용된다. 곧,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야후·애플 등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은 서버가 해외에 있는 이상 국내의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지 못한다.



국내 포털 지도, 북한서도 보는데 …



정부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막는 이유는 ‘안보’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디지털 지도 데이터가 구글 어스 등 서비스와 결합됐을 때 군사시설이나 청와대 등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그나마 국내 업체는 관리가 쉽지만 국외에 서버가 있으면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만 연결되면 세계 어디서나 국내 포털을 통해 아무 제약 없이 지도를 볼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업체들은 상세한 지도는 물론이고 길거리 모습까지 자세히 사진으로 찍어 보여준다. 북한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서울의 골목길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이 반출을 요청한 지도 데이터도 국내 포털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정부 당국의 검토를 거쳐 민감한 정보는 이미 제외돼 있다. 한 외국계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안보 때문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납득이 안 간다”며 “이 같은 규제가 싸이월드는 나와도 페이스북으로 크지 못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작은 불편일 뿐이다. 국내 벤처의 해외 진출도 어렵다. 지리정보시스템(GIS) 업체인 SPH의 김선경 개발총괄 책임은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해 택배 등에 최적의 경로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트랜스포테이션 매니지먼트 시스템(TMS)’을 개발할 때 네이버나 다음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며 “해외 수출을 하려면 구글 기반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6월 구글은 이스라엘계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웨이즈’를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2007년 세워진 벤처기업인 웨이즈는 50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의 교통 정보를 활용해 어느 도로가 막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소셜 내비게이션 서비스 기업이다. 만약 웨이즈가 한국에 있었다면 구글이 큰돈을 들여 인수할 리 없었을 것이다.



300조 시장, 국내 업체들은 구경만



 혁신적인 차세대 서비스 도입에도 걸림돌이 된다. 예를 들어, 차세대 융합 기술·서비스의 집약체인 ‘구글 글라스’조차 한국에서는 ‘그냥 안경’이다. 구글 글라스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건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니 무용지물이다.



앞으로 상용화할 무인 자동차, 시각장애인 안내 응용프로그램(앱)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기술들도 한국에서 성장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옥스퍼드 대학 경제연구소인 옥세라(Oxera) 등에서는 지리정보 관련 시장 규모가 연 2700억 달러(약 300조원)에 달하고 900억 달러(약 100조원)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임완수 커뮤니티맵핑센터 소장은 “수많은 벤처업체들이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로 진출하는 것을 60년대 만들어진 법이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며 “창조경제를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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