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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좋은 증세 나쁜 증세 이상한 증세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무더위와 원전 가동중지가 겹치면서 우리나라는 ‘상시적 전력위기’에 고통받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블랙아웃의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전력위기 해결을 위한 논의들은 적어도 “빠른 전기화가 문제이며, 과도한 전기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최소한 1차 에너지인 유류보다 비싸야 하며, 에너지믹스 왜곡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에너지 세제 개편’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현재의 에너지 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기에 대한 면세, 석유류에 대한 과세’이다. 이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전기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석유를 가장 빠르게 퇴출시키는 나라가 됐다. 이러한 ‘편중 과세’는 급속한 전기화는 물론, 에너지믹스 왜곡과 각종 사회갈등을 유발하면서도 정작 세수의 감소를 유발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일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모두 전력산업으로 재활용되니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엄밀히 세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징세비용이 거의 없고, 조세저항이 없는 편리한 세원이라는 점에 빠져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천천히 잡아먹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에너지정책이나 세제정책상 나쁜 증세 정책이었다.



 이에 대한 개선안으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탄소세 도입’은 한마디로 이상한 증세다. 목표관리제나 배출권거래제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거나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탄소세 도입은 산업계나 소비자에게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 그나마 발전용 연료의 증세 시기를 유예시킴으로써 단기간이나마 에너지믹스를 더욱 왜곡시킨다. 더욱 큰 문제는 탄소세 도입으로 향후 전기세 도입 등 에너지 세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때 더 큰 조세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에너지믹스를 정상화하면서 세수증대도 함께 이룰 수 있는 ‘좋은 증세’는 가능한가?



 좋은 증세는 지금의 편중 과세를 해결하는 ‘균형 과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기세를 신설해 현재 사실상 면세인 발전용 유연탄과 원자력에 대한 과세, 전기에 대한 과세를 통해 전반적인 에너지 세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또, 에너지 관련 각종 세제를 단일화해 에너지믹스의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올 하반기에는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국가감축목표 로드맵 재작성 등 중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을 설정해야 한다. 또 내년에는 3차 에너지 세제 개편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갈등구조로 인해 전국적 블랙아웃 위기가 점차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절전만을 요구하기에는 이미 우리나라는 너무 많이 전기에 중독되어 있다. 근본적인 문제에 용감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나쁜 증세와 이상한 증세에서 벗어나 에너지 수급과 세수 확보의 건전한 조화가 가능하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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